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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414015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6-06-22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봄
감귤꽃 필 때까지 / 초봄 / 입춘 / 봄의 그늘 / 감나무 잎 / 하얀 꽃 / 세 가지 꽃 이야기 /
생명 / 등꽃 송이 / 바람을 타고
여름
화목장 / 여름옷 / 바람의 기억 / 불의 색 / 물가의 행사 / 푸르른 그늘 밑, 어떤 이야기 / 바람 / 여름, 저물다 / 이백십일 / 넝쿨 잡초의 기억
가을
9월의 사람 / 가을의 입구에서 / 가을의 상쾌함 / 동그란 열매 / 누더기 / 아야카시 / 가을밤의 전화 / 서리가 애달파 / 단풍 여운 / 이치요의 계절감
겨울
산다화 / 눈 / 끝내지 못한 일 / 눈–크리스마스 / 새해의 계절감 / 과거를 듣는 달 / 서리 / 파 / 눈 냄새 / 나무의 눈 /
엮으며
출전
책속에서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을 품고 있으면 자연스레 근사한 발견을 하게 된다. 복(福)의 신을 만난다고 해야 하나. 마치 눈과 마음에 스며드는 듯, 계절을 잔뜩 머금은 풍경을 불쑥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야말로 진심으로 ‘복’이란 걸 믿게 된다.
- ‘초봄’ 중에서
햇살은 창공에서 어깨 위로 곧게 뻗어 떨어지고 있었고 이마를 쓰다듬는 바람은 갓 태어난 듯 풋풋했다. 그야말로 막 만들어졌다고 할 만했다. 바로 지금 저 나무, 저 집에서 쓰윽 하고 태어나 불어온 바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어떻게 아느냐면, 가도의 초록 나무와 검은 지붕, 가게의 빨간 깃발과 차양들이 훤히 보이는데 그 초록 나무 전체가 금가루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검은 지붕이 금빛이 되고, 그다음에는 가게의 깃발이 금색으로 변하고 또 그다음, 그다음, 차례대로 금빛으로 눈부시게 물들다가 바로 코앞의 우체통까지 확 빛난 다음 순간, 내 이마 위로 상쾌한 바람의 감촉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이 바람은 지금의 지금, 저 나무에서 태어났고 저 지붕에서 불어왔으며 그 탄생의 경로를 금빛으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나는 상쾌함만을 마음에 품은 채 머릿속이 텅 빈 상태로 멍하니 걸어갔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 좋은 길이었다.
- ‘바람의 기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