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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9451304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02-28
책 소개
목차
서문 7
가. 형이상학의 필요성 — 7
나. 20세기의 형이상학자, 들뢰즈 — 16
1. 플라톤에서 니체로 전환된 형이상학 29
가. 플라톤 — 30
⑴ 실체에서 사건으로 — 30
⑵ 일자로부터 순수한 다수성으로 — 41
나. 니체 — 49
⑴ 니체에 대한 기존의 몇 가지 해석 — 49
⑵ 니체에 대한 들뢰즈의 해석 — 53
2. 19세기와 20세기 과학의 종합 63
3. 몸 95
가. 지각 — 99
⑴ 지각은 인식을 준비하는 것인가 — 99
⑵ 지각은 행동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 102
⑶ 지각은 질문 — 106
⑷ 지각은 감산 — 109
나. 내부와 주관 — 112
⑴ 의식적 지각의 탄생 — 115
⑵ 지각에 대한 상식의 소박한 신념 — 118
다. 감응, 영혼의 다양한 움직임 — 119
⑴ 감각, 정념, 감응적 감각 — 119
⑵ 고통/통증douleur은 왜 하필 그 순간 나타나는가? — 123
⑶ 감응은 지각에 끼어든 불순물 — 128
4.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 기억 131
가. 습관과 기억 — 133
나. 뇌, 운동중추인가 기억중추인가 — 142
다. 연합의 원리의 불충분성 — 145
라. 몸과 마음의 계열 — 147
마. 기억은 뇌에 보존되는가 — 152
바. 그래도 다시 묻는다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 155
5. 정신 159
가. 정신은 물질과는 별도로 존재하는가 — 159
나. 주의작용attention — 162
다. 분석과 종합 — 166
라. 원뿔, 기억의 형상 — 170
6. 실재와 사실 175
가. 실재 ― 현실적, 잠재적, 가능적, 실재적 — 175
나. 실재성과 원인 — 181
다. 사실에 대한 지각과 실재에 대한 직관intuition, 미분과 적분 — 190
라. 명석clear 판명한distinct 관념 VS 명석 혼란한confuse 관념/ 애매obscure 판명한 관념 — 202
7. 시간 207
가. 현재 — 210
나. 순수 기억 — 212
다. 과거와 미래, 정신과 물질 — 216
라. 시간의 함수 — 220
8. 개체와 개체화 223
가. 성격과 무의식 — 223
나. 개체와 개체화의 문제 — 226
⑴ 개체화의 문제에 대한 중세인의 고민 — 228
⑵ 둔스 스코투스의 개체화 문제 — 235
⑶ 들뢰즈가 발전시킨 스코투스의 유산 — 242
9. 물질과 정신의 문제 257
가. 사유와 연장 — 257
나. 양과 질 — 261
다. 구별은 존속하지만 결합union은 가능하다 — 269
라. 들뢰즈: 생명, 유기적 생명과 비유기적 생명 — 275
참고문헌 281
저자소개
책속에서
플라톤은 대상의 진정한 모습을 찾으려고 한 것이지 대상을 정의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념의 매개 없이 차이를 사유하려는 것이 ‘즉자적 차이’(difference en soi)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들뢰즈의 의도인 것을 고려할 때, 매개 없이, 그리고 일반적 개념의 요구에 따르지 않고 이데아를 사유하려는 플라톤의 시도는 들뢰즈의 시도와 같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들뢰즈는 그가 전복해야 할 철학이 플라톤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것은 바람직하기까지 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같은 고대철학자이고 플라톤의 이데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이 엇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차이를 잘 모르고 그 차이에 민감하지도 않다. 또한 두 철학자의 위대함이 너무 대단한 나머지 둘 중 누가 더 위대한가 우리로서는 감히 가늠할 엄두도 낼 수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철학사에 있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유가 우위를 점했던 것 같다.
감응은 혼란이 아니라 생명체가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환경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생명체는 어쩌면 두 개의 문제를 동시에 대면하는 것이다. 현대인의 문제는 그가 직면한 현실만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대면하는 자기 자신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논점이 분명해진다. 현대철학이 계산적 이성이나 좁은 의미의 합리성보다 몸과 감성에 점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사를 통해 인류는 개인의 경험 말고도 참고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으며,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학습하도록 하여 이를 문제 해결에 이용하고 있다. 외부 세계가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인류는 점점 더 유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현대인이 점점 더 무능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내가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이 바로 이 감응이다. 감응은 생명체가 외부 세계에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증언하는 하나의 표지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를 돕기 위해서 는 내가 보내고 있는 위험 신호, 즉 감응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신호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추가로 발견하게 되는 중요한 형이상학적 개념이 바로 실재와 원인이다. 이데아의 세계가 실재라고 한 플라톤으로 돌아가 보자. 플라톤의 동굴 비유는 우리가 사실은 실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굴에 갇힌 죄수로서 동굴 벽에 비친 실재의 그림자만 보는 자들이라는 점을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 물질적인 것에 익숙하고 가시적인 확실성에 거의 모든 관찰이 의존하고 있는 현대에는 플라톤식으로 말하는 실재란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플라톤의 시대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매우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서 관찰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상의 실재성을 항상 의심한다. 내 곁에 있는 연인의 마음이 나를 떠났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가 우리 곁에 있지만 실재로는 우리 곁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내 곁에 있는 너는 껍데기일 뿐이야”라는 식의 말은 정확히 형이상학적인 실재성을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재가 무엇인지 사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