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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963836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부끄러운 이야기
1부 저기 낯선 남자 하나
이렇게 늙는다
틈
세월
남은 사람들
오십 년이 지났다
저기 낯선 남자 하나
빚진 자의 혼잣말 ― 전태일 단상
취직했습니다
나의 영원한 배후, 이원주 형의 영전에
명령이 부족한 밤
무모한 희망
억압적 희망, 습관적 절망
하나하나 다가온다
궁극의 희생
이 불편함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관념적 래디컬리즘에 대한 변명
나는 좌파다?
몽상의 인문학, 비현실의 사회과학
중독
모두가 귀족이 되는 세상
얼치기 페미니스트의 변명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
비 온다
낮술
일몰
2부 슬픔의 문신
저건 내가 아니다
지친 낙타
지금 데려가 다오
개 같은 희망
떠도는 슬픈 넋의 노래
징벌의 시간
미안하다 영근아
부끄러움의 깊이
집에 가자
생의 진퇴유곡에서
강철로 만든 노래비 하나
고갈되어 가는 존재들
다시 노동문학
어떻게 계속할 것인가
반갑고, 고맙다
나 자신에게 승리한다는 것
꽃은 경계에서 피어난다
조지 오웰
그녀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
또박또박 따라 적을 것
3부 우리는 인간인가
조국은 없다
말 새로 배우기
어떤 반성
메갈리아와 전복의 언어
진보를‘참칭’하는 자들
분노, 혐오, 그리고 짜증
불륜, 매춘, 그리고 윤리 도덕
헬조선
좌우에서 상하로
문학으로?
나는 지금 조증이다
꼭 문학이 아니라도 좋다
이시영 선생님께
문제는 계엄령이 아니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인가
이 깃발 아래서
어떤 만시지탄
그날은 언제 오는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난 여전히 부끄럽다. 젊은 시절엔 남 못지않게 야망과 결기로 똘똘 뭉친 삶을 살았고, 언제부턴가는 그걸 속으로 감추느라 부끄러움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젠 그 야망도 결기도 다 사라지고 부끄러움의 페르소나가 진짜 얼굴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들 저마다 제 몫의 삶을 사는 것이라 누군가에게는 후안무치의 뻔뻔스러움이 삶의 방법이 되어버리듯, 나는 어쩌다 보니 부끄러움을 내 삶의 방편으로 삼게 되었다 할까? 둘 다 원래의 삶이 소외된 결과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좀 뻔뻔스럽지만, 나는 부끄러움을 내 등록상표로 써먹기로 한다.
-‘서문’ 중에서
왼쪽 눈에도 결국 1년 만에 메스를 댔다.
이제 내 눈에 원래 내 것이었던 수정체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내일 거즈를 풀면 눈앞의 세상은 밝아지겠지만
내 눈 뒤쪽에는 분명 지울 수 없는 그늘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늙는다.
서른 즈음에 요절할 기회를 놓치고 나면
그다음부터 삶은 이렇게 점점 구차하고 너절해진다.
-‘이렇게 늙는다’ 전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수연산방의 고즈넉한 마당으로부터 조금 생기가 돌아서 돌아와 이 글을 쓴다. 쓸쓸한 일이다. 막막함에 막막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오니까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그게 쓸쓸하다. 하지만 이 쓸쓸함에도 쓸쓸함이라고 이름을 붙이니까 역시 조금 살 만해진다. 이름을 붙이고 나면 거기 조금 틈이 생긴다. 그 틈들이 나를 살게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사물에 마음에 느낌들에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 그러고 나면 살 구멍이 생긴다. 그 틈 혹은 잉여, 세상 아무짝에도 쓰잘 데 없을 것 같은 이 한낮의 짧은 외출이 만들어낸 이 좁은 틈새로 나는 겨우 숨을 몰아쉰다. 다시 살자. 이게 내가 사는 법이다. 비록 이 글의 마침표를 찍고 나자마자 다시 더 큰 막막함이 밀려들지라도.
-‘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