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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123420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17-11-22
책 소개
목차
1. 죄의 신선도
2. 벌의 발소리
3. 속죄의 자격
4. 심판받는 자
리뷰
책속에서
“어쨌거나 여론을 적으로 돌린 시점에서 자네의 실형은 거의 확정된 거야.”
“거의 확정이라니, 그렇게 쉽게 말씀하지 마시라고요! 뭔가, 뭔가 기사회생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있지.”미코시바는 선뜻 말했다.“내가 변호인이면 수단이 없지 않아. 하지만 합법적인 수단이 아니니까 다른 변호사는 못할 거야.”
니시키오리는 아크릴판에 얼굴을 밀착시키다시피 하며 미코시바를 응시했다. 필사적으로 뭔가를 읽어 내려는 표정에 미코시바는 입꼬리를 올렸다.
“직장에서 밀려난 엘리트들을 헤드헌팅했다지? 사람 보는 눈도 꽤나 단련됐겠지. 그럼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육법전서에만 통달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 만할 텐데. 뭐, 모처럼 새 삶을 살 기회를 얻었으니까 합법적인 변호사를 구해서 합법적인 재판을 받고 합법적으로 죗값을 치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선 순간 니시키오리의 표정이 무너졌다. 여유도, 허세도 사라진 뒤 남은 것은 길 잃은 어린애 같은 두려움뿐이었다.
“선생님! 의뢰를 받아 주세요. 제 변호인이 돼 주세요. 비용은 얼마든지…….”
“얼마든지? 흠. 하지만 내 소문을 들었으면 당연히 시세도 들어서 알 텐데. 과연 자네가 지불할 수 있을까?”
“아까 재판 기록을 뚫어지게 봤지. 그 두 사건의 피고한테 공통되는 건 뭐냐?”
“둘 다 지위와 돈이 있죠.”
“맞아.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의 고객은 하나같이 부유층 아니면 대기업이야. 그런데 도조 미쓰코는 어떻지? 빚투성이 영세 제재소, 경영 상태가 엉망이라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단 말이지. 승소해도 국선이니까 여느 때 같은 보수도 바라지 못해.”
“그렇지만 이름이 알려질 거 아닙니까.”
“이름은 이미 충분히 알려졌어. 악명도 포함해서.”
“그럼 왜죠?”
“평소 안 하는 일을 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테지. 그걸 알아내려면 평소 보이지 않는 면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아까 네가 말한 26년 전 사건은 방향으로서 나쁘지 않아. 열네 살 된 소노베 신이치로가 누구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떤 식으로 성장했나. 그걸 추적하다 보면 의외로 녀석의 진짜 얼굴을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자기 외의 약한 이들을 위해 싸워라. 나락에서 손을 뻗는 이들을 끌어올려라. 그걸 되풀이하면 그제야 넌 죄를 갚은 게 되는 거다.”
“그게 대체 언제 끝나는데.”
“네가 죽었을 때지.”
“어이없네. 그럼 자기 인생이 전혀 아니잖아.”
“그래, 맞아. 하지만 잊지 마라. 넌 이미 타인의 인생을 빼앗았어. 그러니까 타인을 위해 살아야 보상이 되는 거다.”
“타인을 위한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살면 보상할 수 있지. 착각하지 마라. 죄를 갚는 건 의무가 아니야. 죄인한테 주어진 자격이고 권리다.”
“권리?”
“제대로 된 인간으로 돌아올 권리다. 개중엔 그 권리를 포기하는 녀석도 있다만 가엾은 일이지. 자기가 판 구멍에서 평생 못 빠져나오고, 죽기 직전에 후회해도 남은 건 어둠밖에 없어. 하지만 죄를 갚은 인간한테는 안도와 광명이 있다.”
“쳇, 그런 게 뭐가 재미있다고.”
갑자기 이나미가 팔을 뻗었다. 앗 했을 때는 손이 목덜미를 잡고 확 끌어당긴 뒤였다.
이상하게도 따스한 손바닥이었다.
“인생에 재미 그런 건 없다. 있는 건 열심히 살았느냐 아니냐 하는 것뿐이야.”
“뭔 소리인지 모르겠어.”
“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분명히 언젠가 알 날이 온다. 그날까지 난 계속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간에 같은 하늘 아래서 널 감시하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