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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96561871
· 쪽수 : 52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은밀한 정보
2부 일상의 구체적 이미지
3부 사회의 구체적 이미지
4부 언어와 이미지의 공존
부록 1 인물 설명
부록 2 색인
부록 3 주요 외국 인명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도 과거를 감각하는 사람이다. 내 감각은 당나라 때의 시, 한나라 때의 조각, 진나라 때의 전각 같은 데 머물러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아무리 노력해봐도 내가 겪고 있는 이 시대는 언제나 낯설기만 하다. 덧붙이자면 아무래도 호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컴퓨터, 비행기, 에어컨, 감마나이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이르기까지, 비록 과거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자유롭더라도, 내게 이 시대는 받아들일 수는 있을지언정 좋아할 수는 없는 시대다.
당신은 아마도 누군가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그 하늘가의 먹구름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먹물 한 대야를 뒤집어쓴 것 같은 하늘이지만 구름은 가장자리에 붉은 놀이 구불구불한 금테를 두르고 있었다. 먹구름은 두 겹, 세 겹, 강철 같은 은회색의 높은 구름과 짙은 먹물 같은 낮은 구름이 뚜렷하게 층을 이루며 한없이 드넓은 공간을 사이에 끼고 있었다. 길 잃은 산지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이 어두운 밤의 포위망을 벗어날지, 어디로 가야 자신의 절망을 벗어날 수 있는지 모르는 양. 당신은 평생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다시는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그때 온몸이 덜덜 떨리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날 당신이 왜 외출을 했는지, 어디서 소나기 직전의 먹구름을 보았는지, 함께 길을 걷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가 도대체 어떤 감상을 늘어놓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일을, 당신은 모두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