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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은이), 임슬애 (옮긴이)
  |  
2019-09-23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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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책 정보

· 제목 : 숨을 참던 나날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6624743
· 쪽수 : 416쪽

책 소개

리디아 유크나비치 에세이. 생을 혐오할 조건을 타고났으나 끝내 자신의 힘으로 가족을 이루고 사랑을 노래하는 여자, 리디아 유크나비치. 그는 자신의 삶을 기록한 <숨을 참던 나날>을 통해 우리에게 깊고도 강렬한 희망을 보여준다.

목차

Ⅰ. 숨을 참던 나날 - 13
Ⅱ. 푸른색 아래서 - 121
Ⅲ. 촉촉한 것들 - 163
Ⅳ. 다시 살아나다 - 231
Ⅴ. 익사의 다른 면 - 285

저자소개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은이)    정보 더보기
베스트셀러 소설 《조안의 책The Book of Joan》과 《아이의 작은 등The Small Backs of Children》, 《도라Dora : A Headcase》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의해 영화화되었던 안티회고록anti-memoir 《숨을 참던 나날The Chronology of Water》 등을 쓴 작가이다. 또한 조회 수 350만을 돌파한 TED 강연 ‘부적응자로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부적응 선언문Misfit’s Manifesto》을 집필하기도 했다. 오리건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 비학문적 창작 연구소 ‘코포리얼 라이팅’을 설립했다. 2021년 단편집 《가장자리Verge》를 출간했으며 곧 《트러스트Thrust》를 발간할 예정이다.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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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슬애 (옮긴이)    정보 더보기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전공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숨을 참던 나날》, 《우리가 있던 자리에》, 《영광》, 《더 로스트 키친》, 《가장자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 《두 번째 장소》, 《모든 열정이 다하고》, 《잠 못 드는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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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물의 연대기]
마침내 나의 딸이, 죽어버린 작은 소녀 물고기가 세상으로 나오자 의사와 간호사는 딸을 내 가슴 위에 올려주었다, 살아서 태어난 아기와 다를 것 없이.
나는 딸을 꼭 안고 딸에게 입을 맞추고 말을 걸었다, 살아서 태어난 아기와 다를 것 없이, 전혀 다를 것 없이.
그토록 긴 딸의 속눈썹. 여전히 발그레한 두 볼. 어떻게? 나는 모르겠다. 볼이 파리할 거라고 예상했다.
딸의 입술은 장미 봉우리.
기어이 사람들은 아이를 데려가 버렸고, 그때 마지막으로 나는 누군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생각을 했다. 그래, 이게 죽음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죽음의 삶을 선택하겠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왔고, 나는 이상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볼 수는 있는데, 누가 나를 건드리면 움츠러들었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종일 침대에 누워 울다가 긴 신음을 뱉어내는 나날을 보냈다. 그때 내 눈에서 무언가가 사라져버렸던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계속 리디아? 리디아? 하며 사라져버린 그것을 찾았다.
사람들이 나를 돌봐줘야 했던 어느 날(누군가 내게 밥을 떠먹여주고 있었던 것 같다) 부엌 창밖을 보았더니 웬 여자가 우편함에서 편지를 도둑질하고 있었다. 마치 산짐승처럼 은밀했다. 여자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눈을 이쪽저쪽으로 굴리고 있었다) 이웃집 우편함을 하나하나 털어본 후 훔칠 것과 놔둘 것을 추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여자는 우리 집 우편함에 와서 내 편지도 하나 슬쩍 챙겼다. 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먹고 있던 스크램블드에그를 다 뱉어내며 웃었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머리를 갸우뚱하며 걱정했다. 다들 만화 캐릭터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내가 미친 것 같지는 않았고, 그저 내게서 영혼이 떠난 것 같았다.
짙은 푸른색 카펫 위에 선물로 받은 아기 옷들을 돌덩이와 함께 쭉 늘어놓고 보니, 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또다시 나를 걱정했다. 언니. 첫 남편 필립. 일주일 동안 집에 와 있던 나의 부모. 낯선 사람들.
조용히 마트 바닥에 앉아 오줌을 싼 적도 있는데, 그때 나는 내 몸에 솔직하게 행동한다고 느꼈다. 마트 직원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입고 있던, 알버트슨즈라는 마트 이름이 적힌 파란 코듀로이 앞치마를 기억할 뿐이다. 옛날 코카콜라 캔처럼 빨간 입술에 60년대식 비하이브 올림머리를 한 여자도 있었다. 과거로 순간이동이라도 하게 된 걸까,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렀고, 당시 유진시에서 같이 살고 있던 언니와 쇼핑이나 수영을 하러 가거나 오리건대학에 갈 때면 사람들이 아기에 관해 물었다. 나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거짓말을 했다. “아, 제 딸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예요! 속눈썹이 정말 길답니다!” 심지어 2년이 흐른 뒤에도, 도서관에서 만난 아는 사람이 딸의 소식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말 굉장한 아이예요. 제 삶의 빛이죠. 그 어린 것이, 어린이집에 가서 그림도 그린다니까요!”
거짓말을 그만두자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었다. 내가 보기에, 나는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야기 끝에 매달리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여행 가방]
편지가 다섯 통 왔다.
첫 번째 장학금 제안서는 손에 드니 시원하고 묵직했다. 브라운대학교에서 온 것이었다. 브라운대학교의 빨갛고 까만 로고에서 충성심이 느껴졌다. 손가락 끝으로 봉투를 스치듯 만졌다. 봉투가 부드러웠는데, 종이에서 차별성이 드러났다. 나는 봉투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눈을 감았다. 심장에 대보았다. 봉투를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나의 내면에 무언가를 향한 믿음이 생길 뻔했다.
집에 들어와서 봉투를 부엌 식탁에 올려놓았다. 봉투는 저녁 먹는 내내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TV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시트콤 <바니 밀러>가 나오고 있었다. 귀에 피가 맺힐 듯했다.
저녁을 다 먹고 시트콤 <택시>도 끝나자, 아버지는 담배를 세 개비 피우더니 드디어 부엌으로 갔다. 어머니도. 나도.
우리는 부엌 식탁에 앉았다. 평범한 가족들은 아마 그렇게 모여 앉겠지. 어머니와 나는 숨을 쉬었다. 편지를 여는 아버지의 손놀림이 저능아보다 느렸다. 아버지는 조용히 내용을 읽었다. 나는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 눈처럼 파란색이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수영을 했다. 어머니는 내 옆에 술 취한 바보처럼 앉아서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도닥였다. 나는 혓바닥을 깨물지 않으려 애썼다.
마침내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75퍼센트 장학금이라고. 잘난 척하는 놈들 다니는 학교 주제에. 금수저 계집애들이랑 돈 많은 머저리들이 다니는 학교잖아. 어머니는 창문 너머 플로리다의 밤을 바라보았다. 나는 브라운대학교 로고가 인쇄된 종이를 응시했다. 그리고 내 이름을.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돈은 있었다. 아버지가 다음에 뱉은 말에서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었고, 담배 연기가 내 얼굴 주위를 감돌며 수치를 남겼다. 네가 그렇게 잘났냐?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나는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말을 삼켰다.
두 번째 편지는 노트르담대학교에서 왔다. 다시 우리는 부엌 식탁에 앉았다. 어머니, 아버지, 딸. 담배 연기는 거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말한다는 것의 포악함을 알았으니까. 어머니는 머리카락을 한 타래 잡아 비비 꼬았는데, 저러다가 머리가 빠지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만두었다. 아버지는 왜 안 된다고 했을까? 그럴 수 있으니까.
세 번째 편지는 코넬대학교에서 왔다.
네 번째 편지는 퍼듀대학교에서.
안 돼.
플로리다의 한 부엌 식탁에서.
우리 집의 모든 방에서 아버지의 무거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딱 한 곳만 빼고. 내 방은 내 몸의 촉촉함과 어두움을 담고 있었다. 방에서는 내 피부와 수영장 소독약과 대마초 냄새가 났다. 그동안 나는 전면의 창문 두 개를 열고 도망친 소녀들의 밤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7월이 오고, 나약한 소녀라면 질식했을 만큼 땀 냄새로 공기가 텁텁해진 어느 밤, 나는 홀로 침대에 누워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떠난다, 방법은 상관없다. 그날 밤 어찌나 세게 자위를 했던지 피부가 까졌다. 잠이 들기 직전에는 여행 가방을 상상했다. 우리 집에 있는 가장 큰 가방을. 차고에 있는 큰 가방은, 아버지의 골프 가방과 과거의 삶이 담긴 박스 뒤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검은색이었고 크기는 저먼 셰퍼드처럼 컸다.
소녀의 분노를 넣을 수 있을 만큼 컸다.


[또 다른 러벅]
몬티는 나를 바라보았고 약쟁이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한꺼번에 두 개 먹어볼래?”
“어떻게 되는데?”
“뭔지 알고 싶지 않아?”
“어떻게 되는지만 알면 돼.” 내가 센 척하면서 말했다
나의 대학 수영 선수로서의 경력을 살펴보면, 그때쯤에는 근사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경기에 출전하면 끝까지 완주하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결승선에서 굳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내가 빠져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때 나는 입이 “네” 모양으로 영원히 고정되어 버린 여자가 되어있었다. 내가 원한 건 경험뿐, 특히 내 뇌를 마비시켜줄 수 있는 경험. 나만의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주의였다. 나만의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만의 ‘누군가 제발 나를 사랑해줄 수 없나요’. 그때의 나라면 입에 뭐든 넣었을 것이다.
“음, 이 작고 예쁜 알약은 먹으면 진정 효과가 있고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는 즉시 입을 열고 그 약을 먹었다.
(……)
그 지하실에 같이 있던 사람들은 색다른 교육법으로 내게 러벅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누군가의 아버지가 납치 살해되었다. 경찰이 가축우리의 말발굽과 소똥 밑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누군가의 형제는 마약 과다 복용으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깨진 거울 조각으로 여자 애인을 살해했다. 누군가의 어머니는 누군가의 일곱 살짜리 형제와 열두 살짜리 자매를 죽였다. 예수가 죽이라고 시켜서. 그 아이들은 사악해, 예수가 어머니의 귓속에 속삭였다. 한 여자의 친척은 소아성애자였는데, 가족 중에 그를 감옥에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서 대신 다락방에 살게 했다. 어떤 여자의 형제는 국경에서 마약 밀수를 했다. 한 남자의 친한 친구는 멕시코 사람이었는데, 두 손과 성기가 잘린 채 기찻길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잘린 손과 성기는 비닐봉지에 들어있었다. 몬티의 이복형제는 이웃에 사는 지적 장애가 있는 소녀를 상습적으로 강간해서 주립 병원에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 외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극한의 이야기들…… 피와 부도덕성이 들끓는, 너무나도 무서운 이야기들…… 이런 것들은 날 기분 좋게 했다. TV 같은 효과가 있었다. 망가진 딸 같은 기분이 줄어들었다. 실패한 학생 같은 기분도. 걸레 같은 기분도. 한물간 운동선수 같은 기분도. 그 지하실에 있던 것들로 인해 내 몸에서 온갖 감정이 빠져나갈 수 있었고, 내가 누군지 혹은 내가 왜 나인지, 그런 것들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다.
똑똑.
똑똑똑.
똑.
나는 2학년이 되었고, 그 지하실에 갈 때는 거의 언제나 혼자였다. 그곳에 누가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상관없었다. 벽에 어떤 포스터가 있는지도. 똥색 소파에 뭐가 묻어 있는지도. 내가 관심 있던 건 탁자 위에 준비된 약과 도구뿐이었다. 그곳에는 숟가락과 솜이 놓인 쟁반, 라이터, 주사기가 있었다. 나는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었다. 몬티가 말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디다 놔줄까?”
나는 답했다. “여기.”
그리고 혈관이 보이도록 세게 팔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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