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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ISBN : 9791196816896
· 쪽수 : 527쪽
· 출판일 : 2024-09-26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9
들어가기/ 공자철학의 서천西遷과 경험론의 세계사적 승리 ·27
◼ 기원전 공자철학의 서천西遷•30
◼ 15-16세기 극동문물과 공자철학의 서천 •49
◼ 17-18세기 공자철학과 극동문화의 서천 •53
◼ 동서문명의 상호 패치워크를 통한 근대화 •60
◼ 지물知物을 위한 공자의 경험적 인식론 •64
◼ 지인知人을 위한 공자의 공감적 해석학 •78
◼ 경험론과 경험과학의 세계사적 승리 •94
제1장/ 에피쿠로스의 소박경험론 ·107
제1절/ 교조적 소박경험론과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113
1.1. 진리의 척도: 감각과 감정, 기성관념과 정신적 직관 •113
1.2. 감성에 대한 맹신과 회의론의 감성교조주의적 배격 •125
제2절/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적(공리적·도구적) 도덕론 •131
2.1. 쾌락과 행복: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아타락시아 •131
2.2. 도구적 덕성론과 ‘계약’으로서의 정의론 •138
2.3. 신을 조롱하는 신학: 신을 ‘실업자’로 만들다 •148
제2장/ 프랜시스 베이컨의 비판적 경험론 ·155
제1절/ 극동의 경험적 과학기술과 베이컨의 리메이크 •159
1.1. 중국 과학기술의 서천과 유럽의 르네상스 •159
1.2. 중국의 경험적 과학기술에 대한 베이컨의 지식 축적 •175
1.3. 베이컨의 과학기술 유토피아 ‘뉴아틀란티스’는 ‘리틀 차이나’ •195
제2절/ 베이컨의 비판적·경험론적 자연인식 방법 •209
2.1. 감각과 경험의 격상과 ‘자연의 해설’ •209
2.2. 왜곡된 이성을 청소하는 우상 제거작업 •217
2.3. 종족·동굴·시장·극장의 우상 •220
2.4. ‘자연의 해설’: ‘사이불학’과 ‘부지이작’에 대한 비판 •232
2.5. 경험과 실험에 의한 증명 •232
2.6. ‘꿀벌의 인식론’과 협력적·공익적 지식 •247
2.7. 베이컨의 비판적 경험론과 근대 자연과학의 탄생 •256
제3절/ 베이컨의 성선설적 도덕론과 인간파시즘적 자연관 •263
3.1. 반기독교적 인애본성의 성선설 •264
3.2. 인간 위주의 자연관과 과학기술적 자연정복론 •273
제3장/ 토머스 홉스의 에피쿠리언적 경험론과 정치적 절대주의 ·305
제1절/ 홉스의 불타는 종교적 적개심과 반反중국 의식 •309
1.1. 가톨릭의 동방선교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과 두려움 •310
1.2. 유교적 자유·평등 이념에 대한 홉스의 적대의식 •311
제2절/ 홉스의 에피쿠리언적 소박경험론 •313
2.1. 감각과 경험의 교조적 절대화 •313
2.2. 절대지식(사실지식)과 조건부 지식(추리지식) •317
제3절/ 합리론적 ‘지혜의 지배’ 논리에 대한 홉스의 비판 •323
3.1. 능력평등론: 능력의 동일성을 인격의 평등으로 착각 •323
3.2. 아리스토텔레스의 권력이성과 플라톤의 철인치자에 대한 비판 •327
제4절/ 홉스의 사이코패스적 양심·동정심·행복개념 •335
4.1. 다중의 눈치를 보는 사이코패스적 양심 개념 •336
4.2. 논리적·비非감정적 동정심 개념 •340
4.3. 즐거움 없는 쾌락주의적·사이코패스적 행복 개념 •341
제5절/ 신봉건적 절대군주론 •345
5.1. ‘신봉건 기획’의 의미 •347
5.2. 자연적 평등의 폐기와 군주제·귀족제의 리세팅 •357
5.3. 자연적 자유의 폐기와 영국의 ‘귀족적 자유’의 리세팅 •368
5.4. 불가역적 계약과 ‘참주’로서의 리바이어던 •392
5.5. 홉스의 성악설과 트라시마코스적 도덕제정론의 자가당착 •406
5.6. 계약으로 ‘설립’되는 공적 국가의 절대군주 •417
5.7. ‘획득에 의한 국가’로서의 가부장제 국가 •433
제6절/ 주권자의 반反교황적 교권과 종교적 불관용 •451
6.1. 주권자의 교권 장악과 외적 신앙의 불관용 •452
6.2. 신봉건적 정교일치 체제와 교황간섭의 완전한 차단 •466
제4장/ 리처드 컴벌랜드의 인애적 자연상태론 ·473
제1절/ 컴벌랜드의 유교적 기본개념들 •477
1.1. 컴벌랜드의 자연본성적 인애론 •477
1.2. 유교적 인애 개념 •479
1.3. 만인의 만인에 대한 인애상태로서의 자연상태 •483
제2절/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대한 인애론적 비판 •487
2.1. 인애론적 홉스 비판 •487
2.2. 사회상태의 감정을 자연상태에 역투입한 부당전제 •489
2.3. 자연상태에서 도덕규범을 인정하는 자가당착 •491
2.4. 이성을 ‘전쟁 원인’이자 ‘전쟁 탈피 능력’으로 보는 비일관성 •492
2.5. 홉스의 오류·사실전도·몰각에 대한 비판 •495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16세기 중후반부터, 특히 말엽부터 중국과 극동제국의 유교적 정치문화·국가제도와 공자철학이 차츰 유럽에 알려지면서 르네상스 정치신학과 정치철학도 백성의 자연적 자유·평등사상과 폭군방벌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서양인들은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공맹철학과 극동 정치사상·문화·종교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30년전쟁(1618-1648)의 종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맹의 도덕·정치철학과 중국의 정치문화를 확산시켰다. 신·구교 간 종교전쟁이 1630년대에 종식된 영국에서는 공맹철학과 극동문화가 지식인들 사이에 더 일찍이 본격적으로 스며들어 개신교파간 전쟁(1642-1651), 즉 의회파 청교도와 왕당파 국교회파 간의 내전(청교도혁명)의 정치사상적 배경으로 자리잡았다. 크롬웰의 청교도공화국은 르네상스의 종결이자 바로크사상의 완성이었다.
청교도혁명(1·2차 영국내전), 크롬웰공화국(1651-1660), 왕정복고(1660) 등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영국과 서양 지식인들의 관심이 공맹철학과 극동문화에 쏠리게 되면서 17세기 말엽이 되자 자연발생적으로 바로 계몽주의 운동이 일어났다. 이 계몽주의운동은 철학·종교·문화·예술에서 정치·경제에 이르기까지 전면적·포괄적이었고, 1688-1689년 영국 명예혁명을 추동함으로써 유럽을 격동시켰다.
극동제국의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과학기술적 선진성에 대한 유럽인들의 뚜렷한 본격적 인지와 착잡한 반응심리는 17-18세기 초 영국인들의 여러 글로도 나타났다. 로버트 마클레이(Robert Markley)는 “신세계 식민화의 이야기들이 국민적 위대성, 보편군주국, 기독교적 승리주의에 대한 유럽중심주의적 믿음을 강화시켰다면, 중국과 일본, 그리고 (1716년 이전의) 무굴제국 인도에서의 경험은 이 모든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을 근본으로부터 흔들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극동의 경제적 패권과 “중국중심 세계(sinocentric word) 안에서 유럽이 주변화되는 추이에 대한 불안감”과 각성은 세계무역 안에서 느껴지는 영국과 유럽의 후진성을 너무 일상적으로 상기시키는 모든 것에 의해 산출된 깊은 불안감들을 문예적 이야기 속에서 “들추면서도 동시에 감추는” 보정補整 전략을 출현시켰다. 번영과 풍요의 황금시대를 달성하려는 꿈의 장소”로서의 중국의 모습은 당시 독자들에게 ‘유럽중심주의적’ 문명관과 개인적·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일련의 심각한 도전으로 기능했던 것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의 “걸리버가 일본인들과 조우한 것은 (...) 1800년까지 남아시아와 극동의 제국들에 의해 지배된 세계 안에서의 영국 경제력의 한계, 민족적 정체성과 도덕성의 한계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표현한 것”이었다.
베이컨의 인식론적 출발점은 공자의 ‘선학이후사先學而後思(경험을 우선하고 사유를 뒤로함)’의 원칙과 유사하게 “경험을 통하지 아니한 일체의 인식 시도를 거부하고 경험의 성과들을 참된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베이컨은 일단 인간적 지식의 ‘갱신(Renewal)’을 통해 “(오만하게) 인간 지성의 그 작은 방(cell) 안에서가 아니라 겸손하게 더 넓은 세계에서 지식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그는 감각의 기만에도 불구하고 감각에 유일한 ‘자연 해석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한편, 감각의 오류 위험과 함께 감각의 교정능력을 다시 감각에 부여하고 무無경험적 작화의 연역법을 재제하고 경험적 귀납법의 채택을 강조한다.
감각을 통해 그대로 받아들인 “자연의 빛”을 베이컨은 “경험의 빛”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자연의 빛’으로서의 “경험의 빛”은 곧 인간의 혼미한 정신과 미지의 자연, 그리고 혼탁한 세상을 모두 다 밝히는 ‘계몽의 빛’이다. 이런 의미에서 발리냐노와 산데는 1590년, 그리고 그로부터 20여 년 뒤 퍼채스도 공자철학을 “자연의 빛을 지침으로 취하는(규정하는)” 철학으로 서양에 소개했었다. 빛의 광명은 자연(본성)에서 방사되는 빛의 광명이다. 공자철학을 저들이 ‘자연의 빛의 철학’으로 소개한 것은 서양인들이 제일 먼저 접한 대학과 중용에 ‘자연본성’을 뜻하는 ‘성性’자가 10여 차례 나오고, 빛의 광명을 뜻하는 ‘명明’자가 무려 30여 차례나 나오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자의 이 본성의 빛, 자연의 빛이 서양에서 본래 제각기 빛으로 밝히는 것을 뜻하는 영어 Enlightenment(계몽주의 운동)와 빛(광명)을 뜻하는 Lumiere(계몽주의)의 그 ‘빛’(light, lumiere)을 점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