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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7205194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03-0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장 몸의 자유
1. 신호 2. 생명력 3. 빛 4. 변화 5. 다름 6. 협력 7. 연관 8. 이치
9. 유토피아 10. 충전 11. 대상 12. 용기 13. 역경 14. 반전
2장 공간의 감정
15. 웃음 16. 비움 17. 부러움 18. 영원 19. 시간표 20. 생동 21. 연상
22. 기다림 23. 생존 24. 전환 25. 연기 26. 여행 27. 환상 28. 자연
3장 관계의 흥
29. 애정 30. 창조 31. 활동 32. 인격 33. 우연 34. 언어 35. 노력
36. 감동 37. 모방 38. 세대 39. 평등 40. 거울 41. 성찰 42. 기쁨
4장 마음의 축제
43. 마음 44. 감각 45. 오성 46. 욕망
47. 이성 48. 감정 49. 판단력 50. 이야기
해제 :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의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함의
리뷰
책속에서
‘작가의 말’ 중에서
인간에게는 4개의 자아가 있다. 제1 자아는 ‘창문의 자아’다. (...)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1984』에서는 이 4개 자아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진다. 빅 브라더 전체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한 텔레스크린으로 대문의 자아, 현관문의 자아, 방문의 자아, 마침내 창문의 자아까지 철저히 감시한다. 이 허구적 공상 소설이 자아내는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빼앗긴 자유를 되찾기 위해, 금지된 일기를 쓰고,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다.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우리의 자아를 다시 창문, 방문, 현관문, 대문으로 나아가게 하는 이유는 뭘까? (...) AI 시대의 일상혁명 이야기『빛나는 날』은 그런 일상에 대한 새로운 기록이자, 희망이다. 기후 위기를 빌미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AI 시대는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키워진 인간의 몸과 마음의 능력을 무력하게 만들고, 나아가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초위험사회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소설 속에서의 고독한 일상이 아니라, 다수의 힘이 점점 더해지며 번져가는 이야기 속의 신명나는 일상이다.
‘이야기2. 생명력’ 중에서
스물일곱 살 길유는 문득 자신이 암에 걸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 하나 들 힘이 없었다. 암흑 속의 신음 소리처럼 ‘묵시록’을 운운하는 자들이 많아진 시대였다. 길유도 곧잘 암울함에 빠져 있곤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경쟁이 대학을 졸업하는 날까지 이어졌으니. 게다가 가정 형편도, 능력도 최고가 아닌 그녀가 대학을 빠져나오는 데는 칠 년이나 걸렸다. 그 후 직원이 열 명 남짓한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일주일 내내 야근을 시켰다. 자신의 무덤이 될 것만 같은 그 회사를 그만 둔 것은 어제였다. 밝은 미래는, 어디에서도 찾기가 어려웠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하느라 느낄 수 없었던 몸의 부분들이 하나하나 깨어나며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길유는 오리들과 함께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하늘에 투명하고 눈부신 열기가 번져 감에 따라 길유의 몸에 따스한 빛과 에너지가 스며들었다. 그것은 사회적 시간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간에 합류할 때 가질 수 있는 충만감과 희열이었다.
‘이야기7. 연관’ 중에서
불현듯 쓸쓸함이 밀려왔다. 사랑하던 여자와 육 개월 전에 헤어져서 그럴 터였다. 하지만 그 쓸쓸함은 내 안에서 나를 한 번 다독거린 후에 곧 사라져 갔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별의 상처와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에도 삶을 꾸리고, 극복해 나가고, 그럼으로써 성숙해지고,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게 되는 과정. 그 과정이 일상이라는 것을. (...)
세상을 불행과 혼돈과 공포 속으로 빠뜨리는 자연 재해, 전쟁, 경제적 착취, 정치적 음모와 억압, 충격적인 사회적 범죄 따위는 특별한 사건이다. 우리의 일상은 그런 특별한 사건들로 뿌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런 특별한 사건을 함께 대면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생명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 일상은 소수에게 국한된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다수의 공통 생존 방식이며 자기 자신의 의미와 재미와 가치의 다양한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이라는 자유를 통해 서로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