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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7368707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1-12-22
책 소개
목차
탯속에서 배운 말, 방언
광주와 전라도는 어딜 가도 우리 마실 맹키다 외
7년의 추억
유년시절의 언어와 상소리의 미학
말의 기억
삶과 말의 동행
진짜 죽인다는 말이 아닌 '디진다, 디져' 외
무등에서 극락까지 시를 따라 흐르다
광주어 용어 풀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1970년대 중반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광주로 유학(?)을 와서 형과 자취 생활을 했을 때의 경험이다. ‘촌놈’이라는 말을 들르면서도 시간만 나면 충장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큰 재미였다. 돈이 없으니 궁전제과나 뉴욕제과에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오직 눈요기 삼아 충장로 일대를 활보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단짝인 친구와 화신백화점 앞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했다. 그날도 역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충장로를 거닐고 있었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고 젊잖아 보이는 어느 노신사가 갑자기 반대편에 오고 있는 다른 노신사에게 사자후처럼 내뱉은 말은 지금도 충격적이다.
“아 이 씨팔놈아! 오랜만이다.”
“시팔놈, 안 죽고 살았네!”
내가 아무리 천둥벌거숭이 촌사람일지라도 1974년 그 당시까지도 이런 욕설을 해본 일이 없었다. 두 노신사가 어떤 사이인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너무도 반가워하는 모습은 역역했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그런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은 나에게 오래도록 숙제로 남아서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대학원에 진학하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프로이드와 라캉을 읽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절친한 벗을 너무도 우연스러운 장소에서 갑자기 맞닥트릴 때의 그 기쁨을, 초자아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 무의식적 욕망이 상징계의 질서를 찢고, 분출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그것이다.
임환모, <유년시절의 언어와 상소리의 미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