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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762675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2-08-22
책 소개
목차
1부 2000년 7월(범유진)
2부 2018년 10월(최유안)
3부 2039년 8월(길상효)
첫 번째 리뷰: 모른 척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으며 세상 속으로 걸어갈 때(이자연)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해진은 계단 오른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창에 드리워진 두꺼운 커튼 때문인지, 여름의 긴 해가 채 저물지 않았는데도 방은 어둑했다. 해진은 캐리어를 창가에 놓고 커튼을 열었다. 방이 단숨에 밝아졌다.
“환기도 좀 해야겠다. 뭐야. 이거 꼼짝도 안 하잖아.”
해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창을 옆으로 밀려고 애썼다. 하지만 창문은 못으로 박아 놓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해진은 창틀에서 손을 떼고 유리 너머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해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커튼이었다. 마주 보고 선 집의 2층 방 창문에도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밖에서 볼 때도 가깝겠다 싶었는데, 진짜 가깝네.’
_ 1부 2000년 7월
별것 아닌 괴롭힘, 그러니까 조금 심한 장난 같은 것이리라. 해진은 그렇게 대성의 말을 어그러뜨려 받아들였다.
“담임한테 말하면 될 거야.”
해진의 반 담임은 학교 폭력 캠페인에 등장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교육청에서 상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니 담임에게 말하면 해결될 거라고, 해진은 대성을 설득했다. 대성은 싫다고 했다.
“선생님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해?”
“겪어 봤으니까.”
해진은 그럴 리가 없다고, 대성의 손을 붙잡고 교무실로 갔다. 담임은 대성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_ 1부 2000년 7월
그 집엔 분명히 뭐가 있어. 뭔가가 있다니까. 사람들 말소리가 삼촌의 목소리와 뒤엉켰다. 들어가지 마. 하지 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삼촌 목소리는 아버지 목소리와 닮았다.
‘아니야. 삼촌은 아버지와는 달라. 다를 거야.’
해진은 그 목소리를 떨쳐 내듯이, 어둠 속으로 한 발 걸어 들어갔다. 한 발, 또 한 발. 손으로 앞을 더듬으며 2층으로 이어진 계단 앞까지 갔다. 삐걱. 작은 소리가 났나 싶더니 계단 위에서 아래로 무언가 후닥닥 뛰어내려 와 해진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악!”
해진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양손을 휘저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서늘한 공기만이 해진의 뺨에 남았을 뿐이다.
‘바람이었나?’
_ 1부 200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