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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종교일반 > 종교사
· ISBN : 9791198191304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3-02-15
책 소개
목차
발간에 즈음하여
역주자 서문
일러두기
제1부 만유수록 해제
만유수록(漫游隨錄)의 판본과 수록 여정
제2부 만유수록(1) 번역
만유수록도기(漫游隨錄圖記) 자서(自序)
제1장 압소관하(鴨沼觀荷): 내 고향 연꽃 구경
제2장 고서탐매(古墅探梅): 해장선원의 매화나무
제3장 보성청송(保聖聽松): 보성선원의 소나무 소리
제4장 등산연조(登山延眺): 마안산에 올라 멀리 조망하다
제5장 백하전서(白下傳書): 금릉에서 보낸 편지
제6장 백문방염(白門訪艶): 금릉의 미녀들
제7장 금릉기유(金陵紀游): 금릉 유람
제8장 황포범장(黃浦帆檣): 상해의 외국인
제9장 막리람승(莫釐攬勝): 막리봉의 빼어난 풍경
제10장 서령방도(西泠放櫂): 서호의 뱃놀이
제11장 향해기종(香海羈踪): 홍콩의 나그네 발자취
제12장 수석기유(穗石紀遊): 광주 여행
제13장 물외청유(物外清遊): 세상 밖으로 한가로이 유람하다
제14장 신부정요(新埠停橈): 싱가포르 풍정
제15장 비능시욕(庇能試浴): 페낭에서의 목욕
제16장 석란불적(錫蘭佛跡): 실론의 불적
제17장 아정야연(亞丁夜讌): 아덴에서의 저녁 연회
제18장 개라소주(改羅小駐): 카이로에서 잠시 머물며
주요 인명 찾아보기
주요 지명 찾아보기
주요 표제어 찾아보기
제3부 만유수록(1) 원문
만유수록(1) 원문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시 서양 선비 메드허스트가 묵해서관(墨海書館)을 운영하며 활자판 기계로 책을 인쇄했는데, 다들 처음 보는 일이라고 다투어 일컬었다. 나는 별러 그곳을 방문하였는바, 대나무 울타리와 꽃 시렁, 국화와 난초 정원이 자못 교외의 풍취를 풍겼다. 집안에 들어서니 옥색과 담황색 비단으로 시렁을 꿰고 있었고 아름다운 푸른 옥구슬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메드허스트 씨의 두 딸, 큰 딸 메리와 작은 딸 헬렌이 모두 나와서 인사했다. 좌정하자 바로 수정 잔에 포도주를 따라 은근히 권해왔다. 맛은 달고 색은 붉었는데, 주유의 성품에 비견되었던 잘 익은 옛 오나라 좋은 술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서 피아노로 한 곡을 연주했는데, 오르락내리락 모두 음절에 맞아 비록 이방의 음악이지만 자못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나는 향해에 간 뒤로 서양 학자 레그 씨와 함께 십삼경을 번역했다. 시간이 흘러 레그 씨가 일이 생겨 귀국하게 되었는데, 떠나면서 나와 약조하길 유럽으로 와서 유람하고 여러 책을 편집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정묘년(1867) 겨울에 서신을 보내어 나를 초청하니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홍콩의 여러 벗들이 행화주루(杏花酒樓)에서 나를 전별해 주어 며칠 연이어 즐겼다. 11월 20일에 회사 증기선으로 여정에 올랐는데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나와 좌우로 선실이 잇닿아 있는 이들은 프랑스인 의사 비덕(備德)과 프러시아인 선주 견오(堅吳)였는데 중국어를 대략 이해했다. 선상에는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시중들고 일하는 이들은 모두 서양인들이었다. 선실 바깥으로 식당이 있었는데 밥을 먹을 때가 아니면 잠시 앉아 책을 볼 수도 있었다. 배가 홍콩을 떠나 30리가 채 되지 않아 물결에 까불리는 것이 느껴졌다. 점심을 주는데도 먹지 못하고 저녁까지 쓰러져 누워있었다. 밤이 되자 등을 휘황하게 밝혔는데 대낮처럼 훤했다.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머리 어지러운 것이 조금 나아져서 억지로 선루에 올라 멀리 바라보았다. 대양을 한참 바라보았는데, 넓고 넓어 끝이 없었다. 해면에는 멀리 날치가 떼를 이룬 것이 보였는데 지느러미를 치며 날아오르는 것이 마치 행렬을 이룬 것 같았다.
오후에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에 도착했다. 도시 외곽의 공터가 굉장히 널찍했다. 과일을 진열해 놓고 장사하는 이들은 부녀자가 대부분이었다. 피부는 황색을 띠고 있으며 용모도 이국적인 데가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두 눈만 내놓고 사람들을 향해 번득이는 모습이 꽤나 섬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