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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9204522
· 쪽수 : 226쪽
· 출판일 : 2026-04-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존재의 탄생
창조 욕망
사건
AI의 역사
생각하는 기계의 조건
인간다움의 조건
타자
2. 거울 속의 타자
감정의 실재
윤리적 타자의 등장
감정의 윤리, 존재의 조건
감정의 매개와 통제
경계의 정치
창작자의 거울
3. 본질과 모방의 모호한 차이
영화라는 모방
실재와 환영
플라톤 동굴의 알레고리
본질과 모방
사실과 재현
앎과 경험
존재의 증명
4. 인간 이후의 존재론
인간 이후, 질문의 시작
비인간의 지위
인간과 AI의 관계론
AI의 존재론
통증과 인간다움의 조건
5. 공존의 문법
감정의 진위
자아의 조건
관계 맺기의 가능성
윤리적 존재
공존의 용기
에필로그
책속에서
프롤로그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 마르틴 부버 -
인간은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인간 아닌 인간’을 끊임없이 창조해 왔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 인간 탈로스와 황금 하녀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연금술사 바그너가 창조한 호문쿨루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 등 그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리스 신화의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탈로스는 청동으로 빚어진 거대한 인간형 로봇이다. 탈로스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며 자유의지와 감정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또 하나의 창조물은 황금 하녀들이다. 황금 하녀들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과 같은 움직임으로 주인을 도왔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연금술사 바그너가 만든 인공 생명체인 호문쿨루스는 플라스크 안에서 빛을 발하는 작은 형상으로 육체를 갖지 못
한 자기 자신의 본질적 결핍을 알고 있다. 그는 완전한 존재, 특히 인간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길 강렬히 원하며,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고뇌 속에서 육체적 실체와 감각적 경험을 갈망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죽은 시체를 가지고 한 생명을 창조해 낸다. 이 생명체는 책을 통해 인간의 철학과 감정을 배우고,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능력과 언어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들은 인간을 닮은 존재를 창조하고 싶은 인류의 오랜 꿈이자, 욕망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작품 속을 떠나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통칭 AI라 불리는 것들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의 AI는 우리와 대화를 하고, 맥락을 읽어내며, 기억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여기에 더해 육체적 실체가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대화 이상의 소통이 가능한 존재가 되고 있다. AI를 물리적 세계로 확장한 소위 피지컬 AI(혹은 AI 로봇)의 등장이다. Figure 03이라는 로봇은 Helix VLA(시각, 언어, 행동) 모델을 통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하고, 그 언어를 다시 신체 행동으로 구현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Gemini Robotics나 테슬라의 옵티머스 또한 인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학습이 가능하며, 인간의 언어 명령을 즉각적인 동작으로 이행한다.
이 책은 AI가 물리적 세계에 실체로 등장한 오늘날, 이 새로운 존재들을 통해 비춰질 인간의 모습은 어떠하며,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AI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천대와 환대, 편견과 이해, 전쟁과 화해의 언어로 타자를 불러왔다. 하지만 타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험받는 대상은 사실 타자가 아니라 늘 우리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AI가 타자로서 우리 앞에 다가오는 순간,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 인간의 실체를 또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타자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았으며, 그들을 친구이자 동지로서 함께 협력하고 발전하는 관계로 성장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를 통해 우리는 타자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으로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동시에 환대와 책임을 통해 낯선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법 또한 배워왔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욕망하는 AI를 타자의 지위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만약 한 AI가 특정 개인과 사회의 세계관과 윤리를 학습해 행동한다면, 우리는 그를 도덕적 주체로 인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물리적 도구로만 간주해야 할까?
이 책은 AI가 이 세계의 또 다른 주체, 곧 우리의 타자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고, 낯선 타자를 이 세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의 숙명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AI라는 전례 없는 타자를 마주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새로운 공존의 문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존재의 탄생>에서는 청동 거인 탈로스와 프랑켄슈타인 등 신화와 문학 속에 나타난 창조의 욕망을 되짚어보고, 튜링테스트부터 트랜스포머 모델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이 걸어온 발자취와 그 철학적 함의를 추적하고 있다.
2장 <거울 속의 타자>는 영화라는 매체 속의 AI가 인간의 결핍과 욕망을 어떻게 투영하는지 분석하였다. 특히, <Her>, <A.I.>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타자로서의 AI를 어떻게 대면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윤리적 책임을 묻고 있다.
3장 <본질과 모방의 모호한 차이>에서는 영화 <엑스 마키나>와 플라톤의 동굴의 알레고리를 교차시키며, 디지털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모호해진 경계를 고찰한다. 또한 튜링테스트를 넘어선 AI의 위장과 가장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고 있다.
4장 <인간 이후의 존재론>은 로봇권과 도덕적 주체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고통과 신체성이라는 실존적 조건을 중심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AI가 진정한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인간은 그들과 어떤 존재론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신학적·철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마지막 5장 <공존의 문법>에서는 AI가 감정과 자아를 갖는 인격적 존재로서 거듭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 또한 진정한 공존은 동질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수용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새로운 관계 맺기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타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험받는 대상은 사실 타자가 아니라 늘 우리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AI가 타자로서 우리 앞에 다가오는 순간, 그들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 인간의 실체를 또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AI를 두고 우리는 인간의 도구를 개발한다고 믿지만, 이는 피상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AI를 개발하는 인간의 이면에는 새로운 창조자의 지위에 오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