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01083025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08-06-24
책 소개
목차
인간실격_최민호
나의 왼손_강지영
피해의 방정식_세현
질주_김상환
주말여행_김미리
액귀_권정은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_전건우
세상에 쉬운 돈벌이가 없다_이상민
해설_김봉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놈들은 거의 다 혼자서 생활한다. 여태 처리한 것들은 모두 그랬다. 그 편이 사실 이치에 맞는다. 가족을 이루다니.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여자에게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잖은가. 그러나 내 온몸은, 놈이 바로 그것들 중 하나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놈들의 냄새, 놈들의 느낌이 난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음 행동에 대해 고민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놈이 나타났다. 회색 점퍼에 까만 바지를 입은 그는 출입구에서 나오자마자 품 안을 뒤져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빨았다. 너무도 인간다운 동작이었다. 아마, 집에서는 부인의 성화 때문에 못 피웠던 것이리라. 담배를 끊으라고, 그렇게 계속 담배를 피우다 덜컥 암 같은 것에 걸리면 나랑 딸은 어떻게 되느냐는 푸념을 매일 들었을 것이리라. 기묘한 동질감이 찾아왔다. (……) 내 여섯 번째 목표는 그동안 상대해왔던 것들과 질적으로 달랐다. 놈은 담배를 피웠고, 술을 마셨고, 회식을 했다. 회식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진정으로 나를 골치 아프게 한 것은 바로 놈의 외도였다. ―본문 중에서(<인간실격>, 최민호)
왼손은 나와 달리 명랑했다. 음악이 나오면 신나게 손가락을 흔들기도 했고 가끔 수저를 들어 제멋대로인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고, 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볼펜 돌리기도 꽤 잘해내었다. 오른손을 들어 왼손을 꼭 쥐어보았다. 나는 오른손잡이였으므로 왼손보다 오른손의 힘이 더 세었다. 처음에 왼손은 무척이나 당황한 눈치였다. 오른손의 악력에 함부로 몸을 놀릴 수 없게 된 왼손은 몇 번이나 손가락을 뒤틀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말았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놓아주었다. 그때 왼손이 번개 같은 속도로 튀어 올라 나의 왼뺨을 후려갈겼다. 너무나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뺨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었다. 왼손은 손가락을 튕기며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볼을 매섭게 꼬집었다. 나는 창고로 걸어가 공구통을 열었다. 왼손의 도움 없이 오른손만으로 잠긴 뚜껑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의 고전 끝에 겨우 뚜껑이 열렸고 그 안에서 묵직한 망치는 꺼냈다. 왼손은 잠시 나의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등허리께로 달아나 숨어버렸다. 나는 몸을 바닥에 누이고 버둥대어 왼손을 몸 앞쪽으로 밀어내었다. 그리고 망치를 든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어 왼손을 향해 내리쳤다. 으드득, 뼈가 부서지고 살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왼손은 마치 푸덕이는 새처럼 나의 몸을 매단 채 허공에서 날갯짓을 했다. 그리고 도저히 견딜 수 없었는지 힘없이 바닥을 향해 고꾸라져버리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나의 왼손>, 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