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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88901121383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사. 궁핍한 소크라테스를 위하여
여는 말. 굴러다니고, 널브러지고, 발에 차이는 것들
1장. 당신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라 열정의 도덕
1. 박카스 권하는 사회
2. 꿈과 열정의 구조 조정
3. 면접시험의 정치 경제학
4. 열정이 부족한 당신, 유죄!
5. ‘당신을 계발하라’는 명령
2장. 대한민국 열정 노동 백서 열정의 현장
1. 청소년, 꿈에 사로잡히다 <프로 게이머와 연예인>
2. “너희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잖아” <영화와 문화 산업>
3.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다
4. ‘고시 공화국’을 들여다보다 <언론사 입사 전형을 ‘언론 고시’라고 부르는 까닭>
5. 김삼순은 왜 빵을 구웠을까? <서비스 직종>
6. 하늘에서 ‘사장님’들이 비처럼 내려오다 <창업과 영업, 다단계 판매>
7.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시민 단체와 노조, 정당의 상근자들>
3장. 오렌지 족, 그리고 ‘신지식인’의 열정 열정의 역사
1. 새로운 아이들의 등장: 한국의 1990년대
2. 취미가 일로 변하다
3. 네가 하는 건 노동이 아니야
4장.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열정의 미래
1. 노동의 죽음
2.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3. 정치, 그 어려운 숙제
맺는 말: 사랑과 열정을 그대에게!
부록. 한국의 열정 노동자 현황
리뷰
책속에서
박카스의 행보는 점점 그 대상을 넓혀 간다. 축구를 하다 다리를 다친 청년이 비어 있는 노약자석을 거부하며 “우리 자리가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광고가 나간 후, 노약자석은 젊은이들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성스러운 자리가 되었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이 출근을 하며 “작은 회사에요”라고 말하자 “가서 크게 키우면 되지 뭐”라고 담담하게 대꾸하는 구멍가게 아저씨, 제비뽑기로 당직에 당첨되자 “그래 내가 아니면 회사는 누가 지키냐!”라고 말하며 멋지게 박카스를 따는 여사원, 외국 거래처와 통화를 위해 꼭두새벽까지 회사에 남아 있다가 옆 건물의 야근자에게 “힘냅시다!”를 외치는 오지랖 넓은 신입 사원 등이 추가로 광고에 등장했다. 또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는 대학생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의지를 다지는 재수생, 지킬 것은 지킨다며 통금에 맞춰 여자친구를 집에 들여보내는 순수한 청년(이 청년의 성정체성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의 타이틀에 등장하는 자신의 이름을 보며 친구들과 환호하는 말단 스태프 같은 이들이 “젊은 날의 열정. 박카스!”라는 멘트와 함께 등장했다.
(1장, “‘바른 생활’ 청년이 등장하다”)
그러나 ‘잔금’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제작되다가 중지되는(소위 ‘엎어지는’) 경우가 더 괴롭다. 이를테면 영화의 촬영은 끝났지만, 프로젝트가 ‘엎어져서’ 극장에 못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잔금은 전혀 받을 수 없다. 그래도 이 경우는 조금 낫다. ‘나 이런 영화에서 무슨 스태프를 했소’라는 ‘커리어’라도 남기 때문이다. 영화가 촬영 중에 엎어지면 돈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경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숙희는 충무로에 도는 시나리오 10개 중 하나만 영화로 ‘완성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철수와 승희는 “그런가. 요즘은 30개 중 하나인 것 같은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2장, “영화가 ‘엎어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근로 계약서 써 본 적 없어요. 저는 이 업계에서 조금 유명한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거든요. 사장은 ‘돈 안 받고도 일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최저 임금도 안 주면서 전혀 미안해하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좀 울컥했습니다. 이 도제 시스템은 불합리한 면이 있어요. 이 업계에서는 항상 ‘경력이 있어야 다른 곳에서 인정해 주니 돈보다는 경력을 우선으로 생각해라’라고 하죠. 그런 식으로 부려 먹는 거예요. 다른 곳에 가도 마찬가지고요.”
(2장,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