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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0124536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0-10-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서로에게 마음 을 전하는 다정한 노력을 기억하며- ·김민섭 · 4
언젠가, 고양이
먼지, 집먼지진드기, 그리고 고양이 · 김겨울 · 14
언젠가 고양이 부루마불 · 박종현 · 20
어쩌다 고양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버려서 · 이묵돌 · 25
그때, 행신동 · 제리 · 34
지켜보고 있다 · 핫펠트 · 40
언젠가, 삼각김밥
모르는 사람들 · 김겨울 · 50
고추장불고기 삼각김밥과 미래 사회 · 박종현 · 55
블루 삼각김밥 · 이묵돌 · 61
아는 얼굴 · 제리 · 66
언제였더라 · 핫펠트 · 72
언젠가, 북극
시네마 북극 · 김겨울 · 80
영화 <북극으로> 사운드트랙 · 박종현 · 85
어느 날 북극에 가지 못하더라도 · 이묵돌 · 91
나만의 북극 · 제리 · 100
검은 북극 · 핫펠트 · 107
언젠가, 망한 원고
가끔 조금 · 김겨울 · 114
쓰는 몸 · 박종현 · 121
나는 전혀 망하지 않았다 · 이묵돌 · 126
새라는 가능성 · 제리 · 134
[;’’’’’’’’’’……….,=45 · 핫펠트 · 140
언젠가, 후시딘
뜨거운 추상 · 김겨울 · 150
번역되지 않는, 번역할 필요 없는 · 박종현 · 156
만병통치약에도 내성은 생기고 · 이묵돌 · 160
아주 오래된 소년 · 제리 · 167
후시딘 님께 · 핫펠트 · 173
언젠가, 눈
어는점 · 김겨울 · 184
쌓이거나 쌓이지 않기를 · 박종현 · 188
눈 속에서 · 이묵돌 · 192
시바 유끼 · 제리 · 200
흐린 눈과 눈 내리는 새벽 · 핫펠트 · 206
언젠가, 지하철
버스파 · 김겨울 · 214
서울 팩맨 · 박종현 · 219
서울 지하철 0호선 · 이묵돌 · 224
혼나러 가는 길 · 제리 · 231
스물한 살, 뉴욕의 지하철 · 핫펠트 · 235
언젠가, 버리고 싶은
평형이거나 욕심이거나 · 김겨울 · 244
찐빵 몽상 · 박종현 · 249
아니, 뭘 가졌는지부터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 이묵돌 · 254
가장 먼 집 · 제리 · 261
노래하는 사람 · 핫펠트 · 267
언젠가, 게임
중독 성공 · 김겨울 · 274
안녕하세요 고양입니다 · 박종현 · 281
언젠가는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 이묵돌 · 287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도시 · 제리 · 299
엔드게임 · 핫펠트 · 30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작가란 원래 망한 원고 위에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는 성 같은 것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다.
다들 그런 식으로 무언가가 된다.
하고, 하고, 또 하고, 또 해서 안 되고, 안 되고, 안 되고, 가끔 조금 된다. 가끔 조금 된다는 게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점이지만 그래도 대개 그런 것 같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 모두 아마 그런 식으로 가끔 조금 무언가가 된 사람.
무엇인가를 사랑하다 박탈당하고, 무언가에 열중하다가 중단당하기를 반복하며 유일하게 성실하게 쌓아온 게 있다면 그건 망한 원고였다. 정말 ‘망했다’는 의미에서 망한 원고가 아니라, 언제나 그 결과물에서 더 나아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매번 아쉬워하고 부끄러워하며 글을 쓴다.
- 김겨울, 「가끔 조금」
두 겨울이 지나 월세 계약이 끝나고 나면 더 넓은 방에 갈 수 있을까? 그렇겠지? 아닐까? 버는 것보다 오르는 게 더 빠르겠지? 전세대출은 점점 힘들어진다던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고양이.
네가 떠올랐어. 나는 어떻게든 2년 뒤에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겠어. 이건 다짐이야.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야. 앓은 뒤 어쩌면 처음으로 꾸는 꿈이야.
이리도 원대하다니. 원대한 희망을 가질 정도로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니.
- 박종현, 「고양이 부루마불」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시간, 자정이 막 지나가고 있는 늦은 밤에, 삼각김밥 따위로 식사를 갈음하는 사람이라면 쓸쓸할 수밖에 없다.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느냐고, 역시 어제나 내일처럼 힘들고 고달팠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김과 밥과 짜고 달달한 무언가를 말없이 씹고 삼킨 뒤 집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런 적막함이며 외로움 같은 것들조차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인생의 일부라는 것처럼.
-이묵돌, 「블루 삼각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