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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 ISBN : 9788920030505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Part 1. 라틴아메리카 넓게 보기
고대문명에서 미국의 라티노까지: 횡으로 엮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회
Code 1. 메소아메리카 수많은 사회가 엮어내는 하나의 세계
Code 2. 잉카의 번영과 멸망 잉카의 미라와 마추피추의 침묵
Code 3. 아메리카 제국의 정복과 식민화 정복자들과 아스테카 제국
Code 4. 독립과 국가 발전 라틴아메리카의 독립과 20세기
Code 5. 멕시코 혁명과 라틴아메리카의 인종 정책 멕시코 혁명, 원주민주의 그리고 다문화주의
Code 6.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과제
Code 7. 쿠바 혁명의 어제와 오늘 보다 급진적인 변화 전략
Code 8.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 배제된 자들의 절규와 연대 투쟁
Code 9. 브라질이라는 나라 역사를 통해 본 오늘의 브라질
Code 10. 미국 라티노의 역사 예기치 않은 제국의 수확
Part 2. 라틴아메리카 깊게 읽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서 안데스 ‘행복론’까지: 종으로 푸는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와 문화
Code 11. 혼종의 땅, 라틴아메리카 ‘신대륙 발견’과 라틴아메리카
Code 12.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투우와 피라미드 위의 희생제의
Code 13. 커피라는 작물이 미친 영향 커피와 커피밭 사람들
Code 14.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실험 볼리바르의 꿈과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Code 15. 음악의 섬 쿠바 쿠바, 그 섬에 가고 싶다
Code 16. 아르헨티나 근대화의 뒤안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와 탱고의 사회학
Code 17. 브라질의 사회와 문화 축구와 카니발
Code 18. 멕시코와 나르코 문화 마약, 폭력, 공포의 오디세이
Code 19.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히스패닉 아메리카 미국의 패닉panic, 히스패닉his-panic
Code 20. 근대 문명과 수막 카우사이 안데스 공동체의 행복론
리뷰
책속에서
이런 일련의 상황은 마추피추의 존재가 1911년까지 망각될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스페인인들은 외지인이니까 그렇다 해도 원주민들까지 그 존재를 망각했다는 점은 커다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완벽하게 잊어버린 덕분에 마추피추를 발견한 후에도 그 도시를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학설이 분분하다. 아주 오랫동안 자신의 내력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한 유적지가 바로 마추피추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침묵이야말로 한 가지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아메리카 정복이 제노사이드genocide, 즉 집단학살에 연유한다는 점이다. 정복전쟁, 식민시대의 가혹한 노동과 강제이주, 전염병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안데스의 원주민 인구는 정복된 지 50~100년 만에 10분의 1까지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몰살된 결과 키푸quipu라는 잉카의 매듭문자를 해독할 사람이 남지 않게 되었고, 잉카 문자는 아직도 해독되지 못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추피추의 존재와 내력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어느 순간 남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적막한 마추피추 유적은 오히려 집단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침묵의 웅변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 이후 100년 동안에 걸쳐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국가 형성기에 해외시장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가 고착되면서, 라틴아메리카는 외부의 변화에 종속되었다. 정치 영역에서도 혼란은 지속되었다. 이런 심각한 정치적 불안과 극심한 빈부격차 등은 변화를 바라는 사회운동 세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잠재적인 요인이 되었다. 결국 독립 이후 이런 사회적 모순들은 멕시코의 경우 1910년 혁명으로 폭발했고,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시기적으로 조금 늦지만 1930년부터 만성적인 사회적 혼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폭력적인 사회정치적 과정을 통해서도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본질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1차 산물을 수출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종속적인 경제 구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으며, 여전히 극심한 빈부격차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등은 여전히 라틴아메리카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콜럼버스Colombus라는 이름을 살펴볼 수 있다.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제노바 태생의 탐험가로 원래 이름은 콜롬보Colombo였다. 그가 원래 이름인 콜롬보나 스페인식 이름인 콜론Col?n이 아니라 영어식 이름인 콜럼버스로 흔히 불리는 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든 세계사를 우리가 배우고 익숙하게 받아들인 까닭이다. 라틴아메리카 대륙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도 어떻게 보면 누군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낸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소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콜럼버스라는 이름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가 특정 세력의 입장에서 쓰인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아가 이 질문을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던져보는 것은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사실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