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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6632
· 쪽수 : 162쪽
책 소개
목차
「가원(佳園)」 강화길
인터뷰 강화길 × 조연정
「0%를 향하여」 서이제
인터뷰 서이제 × 조효원
「희고 둥근 부분」 임솔아
인터뷰 임솔아 × 강동호
리뷰
책속에서
나를 사랑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아니면 질투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부디 제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건지.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그녀가 온종일 일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 다녔기 때문에, 내게 윽박지르고 몰아붙였기 때문에, 때리고 실망하고, “유지해”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이 동네를 떠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되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밥값을 하게 되었다.
―강화길, 「가원(佳園)」
미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미래가 없다고 했다. 미래를 본 적이 없어서, 미래가 없다고 했다. 망했어. 성공한 적도 없으면서 망했다고 했다.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독립영화에 대해 물으면, 대개는 혼자 말하다가 혼자 화를 냈다. 시팔, 죽어도 독립은 하지 마. 도망쳐. 어차피 독립영화는 안 돼. 독립영화는 안 돼. 독립영화는 안 돼. 그런 식으로 되고 있었다. 어차피 독립영화는 안 된다니까. 그렇게 되었고, 그렇게 되고 있었다.
―서이제, 「0%를 향하여」
원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 보면 그 단어가 끝말잇기처럼 느껴졌다. 사건에 원인이 존재한다면, 그 원인에 대한 원인도 존재할 것이다.
민채야말로 자신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을지 모른다고, 진영은 이제야 민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민채는 망각이 아닌 처벌을 통해서만 자신이 회복할 수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을 처벌할 리 없었으므로. 자해를 통해 해결하려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자신의 죄책감을 짊어질 타인이 필요해졌고 처벌 가능한 타자를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일지도 모른다.
―임솔아, 「희고 둥근 부분」
그렇지만 나는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했다.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영화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영화만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혔다. 누구는 마약도 하는데, 저는 왜 예술 뽕도 못 맞아요? 왜 저는 그것도 하면 안 돼요? 그럼 저는 뭘 할 수 있죠?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