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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0349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노점 사내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가면 지우기
지난겨울의 불
가출
상처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나이
겨울 소묘
담배와 포도주
족자카르타의 베착
해설 채영주 중단편 전집에 관한 짧은 보고 ・ 한수영
채영주 20주기 기념 선집 간행사
책속에서
누구를 탓할 생각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건 모두 내 어리석은 실수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을 북북 찢어버리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자보에 씌어져 있던 자랑스러운 이름 위에는 붉은 매직으로 가위표가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더 큰 글씨로 변절자라고 적혀 있더군요.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아버지의 초상, 새끼줄로 엮은 둥근 올가미, 황금빛 십자가였다. 나는 자꾸만 손끝이 떨려오는 것을 박영길 씨에게 눈치채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아버지의 초상은 그의 길 위에 드리워진 올가미가 되었을 만큼 처절한 것이었을까. 나머지 두 장 중 한 장의 그림은 열 개의 손가락을 모두 펼친 손을 그린 것이었고 다른 한 장은 커다란 종 속에 쪼그리고 앉은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가면 지우기」)
나는 불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불을 지른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명령했고 나는 그것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내게 돈을 지불하고 내 영혼을 샀기 때문이다. 영혼을 팔아버리고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나는 불몽둥이를 들고 사방으로 휘두르며 춤을 추었다. 그러나 춤을 추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 팔과 다리는 그들의 실타래 끝에 매달린 나무토막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팔다리에 불이 붙고 있다. 팔과 다리가 불타고 있다. (「지난겨울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