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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2910529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0-10-30
책 소개
목차
서문
1. 헤파이스토스의 방패
2. 목록과 카탈로그
3. 그림에 담긴 목록
4.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5. 사물의 목록
6. 장소의 목록
7. 목록이 있고 목록이 있으니
8. 목록과 형태의 교환
9. 열거의 수사학
10. 신기한 것들의 목록
11. 컬렉션과 보물들
12. 호기심의 창고
13. 자산 목록에 의한 정의 대 본질에 의한 정의
14. 아리스토텔레스의 망원경
15. 과잉, 라블레 이후
16. 일관된 과잉
17. 혼돈스러운 열거
18. 매스 미디어 목록
19. 현기증 나는 목록
20. 실용적 목록과 시적 목록의 교환
21. 정상적이지 않은 목록
부록
리뷰
책속에서
캔버스 너머에서도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의「화랑」작품들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그림들은 우리에게 보이는 것들만 보여 주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다. 그려진 것들은 단지 하나의 예일 뿐이며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는 나머지 컬렉션들까지도 말해 주려는 의도가 이 그림들에 담겨 있다. 보스Bosch의「쾌락의 동산」은 어떤가. 이 그림은 그것이 암시하는 놀라운 일들이 그림의 경계를 넘어서도 계속되리라는 것을 말해 준다. 카르파초의「아라라트 산에서의 순교자 만 명의 십자가형과 영광」이나 폰토르모의 「만 천 명의 순교자들」도 다를 게 없다. 확실히 그림 속에서 십자가에 박힌 사람들의 수는 만 명이 아니며 고문당하는 사람들은 그림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들이 캔버스 경계 너머에서도 계속해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있음은 분명하다. 어찌 보면 이 그림들은 그 모든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지 못하는 (다시 말해서 그들 하나하나를 보여 주지 못하는) 그림 자신의 무능함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로도 느껴진다.
네덜란드 정물화는 세속적인 사물의 덧없음을 암시하는 목록
과일이나 고기, 생선을 묘사한 네덜란드 정물화들은 겉보기에는 그 자체가 하나의 형태로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물들이 하나의 프레임에 의해 경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며, 또한 보통은 정물들이 가운데에 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그림에는 제시된 정물들이 주는 풍부함의 효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다양성의 효과를 노리는 의도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정물화들을 시각적 목록의 예로 포함시킬 수 있다. 그리고〈바니타스Vanitas〉라고 알려진 네덜란드 정물화, 다시 말해 겉으로는 아무런 상호 관계가 없는 듯한 사물들을 뒤섞어 놓고서, 그 모든 것이 썩기 쉬움을 나타내면서 우리에게 세속적인 사물의 덧없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들에도 목록에 대한 암시가 담겨 있다.
목록의 형식을 취한 음악
원칙적으로 보면 목록은 다른 형태의 예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강박적인 리듬이 반복되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볼레로」는 그 곡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립친스키Rybcznski 같은 예술가가 그 곡에서 영화의 영감을 끌어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립친스키의 영화「오케스트라」에서 특정 등장인물들(러시아 혁명 지도자들 가운데서 감독이 선택한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일곱 번째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천사들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은 어쩌면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