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2922591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을 엮어 내며
몽테뉴
디포
『데이비드 코퍼필드』
소설 다시 읽기
러시아인의 관점
프랑스어를 알지 못하는것에 관하여
미국 소설
소로
조지 기싱
토머스 하디의 소설들
루이스 캐럴
심리 소설가들
비평에 관한 에세이
E. M. 포스터의 소설들
영화
역자 해설: 비평가로서의 독자
리뷰
책속에서
영혼이 어떻게 항상 자신의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관찰해 보라. 어떻게 실질적인 것을 텅 빈 것으로, 연약한 것을 실질적인 것으로 만드는가를, 백주 대낮을 꿈으로 채우는가를, 현실뿐 아니라 환영(幻影)에도 설레는가를, 죽음의 순간에도 사소한 일로 웃을 수 있는가를. 또한 그 이중성과 복잡성을 관찰해 보라. 영혼은 친구의 부음을 듣고 깊이 애도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슬픔에서 심술궂은 기쁨의 달콤 쌉쌀함을 느낀다. 영혼은 믿지만, 동시에 믿지 않는다. 온갖 인상들에 대한 그 놀라운 민감성을, 특히 젊은 날의 민감성을 관찰해 보라. 부유한 남자가 도둑질을 하는 것은 소년 시절에 아버지가 돈을 넉넉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벽을 짓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집짓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영혼은 그 모든 행동에 영향을 주는 신경과 공감 들로 짜여 있다.
― 「몽테뉴」
체호프를 읽을 때면 우리는 <영혼>이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영혼>이라는 말이 그의 책 곳곳을 누비고 있다. 늙은 주정뱅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쓴다. <너는 군대에서 아주 높아져서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게 됐지만, 네게는 진짜 영혼이 없어. (……) 네 영혼에는 아무 힘도 없어.> 정말이지 러시아 소설에서 주된 등장인물은 영혼이다. 체호프에게 있어 영혼은 섬세하고 미묘하며 무수한 기질과 장애에 달려 있는 반면, 도스토옙스키에게서 영혼은 한층 깊이 있고 풍부한 것이 되며 격심한 질병과 신열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영국 독자가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나 『악령』을 재차 읽을 때 그토록 노력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영혼>이라는 것이 그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 「러시아인의 관점」
『월든』에는 ─ 사실 그의 모든 책이 그렇지만 ─ 미묘하고 상충되는, 아주 유익한 발견들이 잔뜩 들어 있다. 그것들은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인디언들이 숲속에 자신이 지나간 길을 표시하기 위해 잔가지를 조금 꺾어 두듯이, 그렇게 쓰인 것이다. 그는 아무도 전에 그 길을 가본 적 없는 것처럼 인생길을 헤쳐 가면서, 뒤에 올 사람들, 그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고자 할 사람들을 위해 이런 표지들을 남겨 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궤적을 남기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 그를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소로를 읽을 때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았다고 확신하거나 우리 길잡이가 한결같으리라 생각하여 방심할 수 없다.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평생 복사본으로만 알아 온 생각들을 원본으로 만나는 충격에 대비해야만 한다.
― 「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