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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4981749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8-06-0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왜 널 죽이지 않는지 알아? 야쿠자가 누군가를 죽일 때는 자기보다 상대가 잃을 게 많다는 손익계산이 있기 때문이야. 세상 사람들이 야쿠자를 두려워하는 것도 그 손익계산이 되기 때문이지. 야쿠자와 서로 죽인다 해도 상대편이 훨씬 손해거든. 상대는 슬퍼할 부모가 있고, 보복을 두려워할 마누라가 있고, 길거리를 헤맬 자식이 있고, 멍청한 짓을 했다고 꾸짖을 친구가 있어.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그런데 넌 뭐야? 지금 널 죽여봤자 내가 너보다 잃을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시즈메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시즈메는 칼날을 접어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실크 넥타이를 고쳐 매고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쓰다듬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냉정해졌다.
“싸워야 할 상대는 늘 자기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일단은 스스로와의 싸움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죠. 거의 모든 사람이 둘 중 하나에 속할 겁니다. 특별히 어느 쪽이 낫다 못하다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라면 나가시마 시게오는 전자이고, 오 사다하루는 후자죠. 가공의 인물로 따지면 햄릿은 후자고 돈키호테가 전자라고 해야 할까요? 혹은 나폴레옹은 전자이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후자겠죠. 물론 그 사람들은 하나의 정점에 이른 천재들이니 그래도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렇지 않죠. 한심하게도 늘 혼란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제일 골치 아픈 건 전자는 스스로와 싸워야 할 때 문제를 남과의 다툼으로 해결하려 들고, 후자는 바로 앞에 있는 적과 싸워야 할 때 스스로에 갇혀 의미 없는 소모만 반복하고……. 하지만 말로에겐 결코 그런 혼란이 없어요. 그는 어느 쪽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사람인 거죠. 당신도 아마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도 저물어가는 어느 날, 오전 10시쯤이었다. 모르타르를 칠한 3층짜리 잡거빌딩이 뒤편 주차장에는 매년 그렇듯 주위에 나무 한그루 없는데도 낙엽이 잔뜩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