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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사회운동 일반
· ISBN : 9788936508005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1. 새 시대의 시작
2. 용서를 향한 제3의 길
3. 때가 차매
4. 어떤 정의를 택할 것인가?
5. 용서의 물꼬를 트다
6. 피해자 청문회
7.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가?
8. 밝혀지는 과거사
9. 위원회에 닥친 위기
10. 그들만의 진실
11. 용서 없이는 참으로 미래도 없다
12. 상처 입은 치유자
책속에서
그러나 응보의 정의 외에 또 다른 정의가 있다. 회복의 정의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아프리카 사법제도의 특징이었다. 회복의 정의의 주된 관심사는 징벌이나 처벌이 아니다. 우분투의 정신에 따른 불화의 치유, 불균형의 시정, 깨진 관계의 회복, 희생자와 범죄자 모두의 복권 추구이다. 범죄자도 자신이 상처 입힌 공동체에 재통합될 기회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범죄를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로, 그 결과를 관계의 파괴로 보는, 훨씬 더 인간적인 접근법이다. 따라서 정의, 즉 회복의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유와 용서, 화해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백인 동포들에게 인종 차별의 어리석음을 자주 지적했다. 그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그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코가 큰 나는 피부색 대신 코의 크기를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치하에서처럼 대학은 백인들만 다닐 수 있다고 말하는 대신, 코가 큰 사람만 다닐 수 있게 하면 어떻겠는가? 학업 성적이 아니라 큰 코를 대학 입학 자격 조건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코가 작은 불행한 사람이 코 큰 사람 전용 대학에 다니려면 작은코부 장관에게 허가를 얻어야 한다. 자, 이러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 내가 강연장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청중 대부분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얘기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 인종 차별이 이런 식으로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슬프게도 절대 그렇지 않았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세상의 중심에는 소외와 파괴, 분열과 적의, 부조화가 만들어 내는 끔찍한 원심력을 거스르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나님은 중심을 향한 움직임, 하나됨과 조화, 선함과 평화, 정의를 향한 구심력을 작동시키셨다. 이것은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예수님은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고 말씀하신다. 그분이 십자가에 달려 양팔을 쭉 펴신 것은 모든 사람, 모든 것을 우주적인 포옹으로 품으시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 모든 것이 그분께 속하게 될 것이다. 외부인은 없고 모두가 내부인, 모두가 한 무리가 된다. 이방인은 없고 모두가 한 가족, 하나님의 가족, 인간 가족의 일원이 된다. 유대인과 그리스인, 남자와 여자, 노예와 자유인의 구분은 더 이상 없다. 분리와 나눔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모든 차이는 근본적인 통일성 위에 서 있기에 오히려 풍부한 다양성을 이루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철저하게 자족적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자족적인 인간은 인간 이하의 존재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