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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7449529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6-06-19
책 소개
목차
서문 나를 활짝 여는 글쓰기 5
1부 용징의 몸
망가진 노쇠함, 탐스러운 여지 15
길을 재촉하다 26
자유의 춤을 추는 케빈 37
수영복 43
외국인이 되고 싶었다 56
책과 영화로 만든 방패 60
버스 68
기차역 74
체육 수업 80
#미투 83
주사군(酒肆軍)의 여행 88
녹 죽 97
생일 101
WiFi 104
몸을 훔치다 107
영화제의 꿈 114
티브이에 나오다 126
삭발 130
미남 135
꽃무늬 셔츠 140
인정이 두렵다 145
치질 157
2부 소수자의 몸
경계를 넘다 169
그뤼네 보헤 179
무지개 알로카시아 187
백학을 보러 가다 192
남자 간호사 200
소인 205
남들이 하는 말 214
신맛과 단맛 216
인문 예술의 소환, 해체 후의 진실 219
삭제도 필요 없고 모자이크 처리도 필요 없는 베를린 극장의 나체 풍경 225
독일에는 노약자석이 없나? 232
깨지기 쉬운 유럽의 순간 238
희망 243
선거가 끝나고 248
반역의 함부르크 257
뚱뚱함과 야윔 263
표준 265
크리스마스를 버리다 268
3부 여행하는 몸
둘째 누나와 함께하는 여행 275
총알 구멍과 테러, 조각상: 부다페스트의 쓴맛과 단맛 291
문학청년의 더블린 303
코네마라 조랑말 308
예이츠 313
아이 318
시칠리아의 어지럼증 324
줄서기 329
요우지판(油鷄飯) 331
쥘트(Sylt)섬 337
뤼겐(Rugen)섬 342
다시 만난 맥주 축제 349
누추한 집 353
치마를 입다 358
런던의 세상 물정 363
공백 368
프랑스에 대한 환상 373
콘크리트 크리스마스 379
냄새 나는 나날들 384
미국의 심령 잡담 389
안개 바다 위의 나그네 394
책속에서
아버지는 농가의 장남이었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는데, 엄마는 연달아 딸만 일곱을 낳았다. 그러니 가부장제 가족에서 지위가 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기다림의 결과, 우리 형이 여덟째 아이로 세상에 나왔다. 엄마는 마침내 분만과 더불어 찾아오던 실망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되었다. 축포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고 축하 인사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우리 일곱 누나들은 아버지의 증산보국(增產報國)이 이제 끝에 도달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미 고령으로 접어든
엄마는 또다시 아이를 가졌고, 나는 빽빽한 머리숱을 한 채 우렁차게 울면서 인간 세상에 나왔다. 아버지는 형이 ‘남자 혼자 일곱 누나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 걱정해서 다시 한번 도박을 했다고 한다. 아들이 하나 더 생기면 형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잘 안다. 다행히,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는 게이다. 게이가 아니었다면 천씨 집안의 두 번째 완제품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불량품이지만 그 편이 오히려 너무나 다행스럽다.
고3 여름방학에는 가오슝(高雄)으로 가서 문학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타이완 전역에서 온 고등학생 글짓기 고수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여 재능을 겨루는 자리였다. 우승자에게는 연합고사를 건너뛰고 대학 중문과에 입학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캠프에서 나는 전국의 각 고등학교에 나와 비슷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들 문자에 접촉하는 순간 전기가 통해 필라멘트로 맑고 밝은 빛을 발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어른들이 말하기론
졸업해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학과를 지망했다. 알고 보니 나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문학을 공부하려 하는 같은 세대를 만나 매일 대화의 강물이 넘쳐났고, 어두웠던 내 청춘도 여명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수도에서 온 학생들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와 무라카미 하루키, 헤세와 데이비드 린치에 관해 토론했고, 이미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본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열렬히 그들과 어울려 토론을 벌였지만 그들이 하는 얘기는 전부 처음 듣는 것들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