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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몸

아홉 번째 몸

천쓰홍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민음사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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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홉 번째 몸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7449529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6-06-19

책 소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한국 독자들에도 ‘타이완 문학 붐’을 일으킨 『귀신들의 땅』의 작가 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 『아홉 번째 몸』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아홉 번째 몸』은 작가가 장화현 용징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서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마침내 성소수자이자 작가로서 자유로운 삶을 찾아 독일 베를린에 정착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다.

목차

서문 나를 활짝 여는 글쓰기 5

1부 용징의 몸

망가진 노쇠함, 탐스러운 여지 15
길을 재촉하다 26
자유의 춤을 추는 케빈 37
수영복 43
외국인이 되고 싶었다 56
책과 영화로 만든 방패 60
버스 68
기차역 74
체육 수업 80
#미투 83
주사군(酒肆軍)의 여행 88
녹 죽 97
생일 101
WiFi 104
몸을 훔치다 107
영화제의 꿈 114
티브이에 나오다 126
삭발 130
미남 135
꽃무늬 셔츠 140
인정이 두렵다 145
치질 157

2부 소수자의 몸

경계를 넘다 169
그뤼네 보헤 179
무지개 알로카시아 187
백학을 보러 가다 192
남자 간호사 200
소인 205
남들이 하는 말 214
신맛과 단맛 216
인문 예술의 소환, 해체 후의 진실 219
삭제도 필요 없고 모자이크 처리도 필요 없는 베를린 극장의 나체 풍경 225
독일에는 노약자석이 없나? 232
깨지기 쉬운 유럽의 순간 238
희망 243
선거가 끝나고 248
반역의 함부르크 257
뚱뚱함과 야윔 263
표준 265
크리스마스를 버리다 268

3부 여행하는 몸

둘째 누나와 함께하는 여행 275
총알 구멍과 테러, 조각상: 부다페스트의 쓴맛과 단맛 291
문학청년의 더블린 303
코네마라 조랑말 308
예이츠 313
아이 318
시칠리아의 어지럼증 324
줄서기 329
요우지판(油鷄飯) 331
쥘트(Sylt)섬 337
뤼겐(Rugen)섬 342
다시 만난 맥주 축제 349
누추한 집 353
치마를 입다 358
런던의 세상 물정 363
공백 368
프랑스에 대한 환상 373
콘크리트 크리스마스 379
냄새 나는 나날들 384
미국의 심령 잡담 389
안개 바다 위의 나그네 394

저자소개

천쓰홍 (지은이)    정보 더보기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용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삼(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가(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정상(金鼎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설 『손톱에 꽃이 피는 세대』 『영화귀도(營火鬼道)』 『태도』 『변신의 플로리다』 『67번째 천산갑』, 『셔터우의 세 자매』 등을 출간했다. 대표작 『귀신들의 땅』은 15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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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문화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 고문, 《인민문학》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고전의 배후』, 『방관시대의 사람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140여 권의 중국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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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버지는 농가의 장남이었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는데, 엄마는 연달아 딸만 일곱을 낳았다. 그러니 가부장제 가족에서 지위가 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기다림의 결과, 우리 형이 여덟째 아이로 세상에 나왔다. 엄마는 마침내 분만과 더불어 찾아오던 실망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되었다. 축포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고 축하 인사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우리 일곱 누나들은 아버지의 증산보국(增產報國)이 이제 끝에 도달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미 고령으로 접어든
엄마는 또다시 아이를 가졌고, 나는 빽빽한 머리숱을 한 채 우렁차게 울면서 인간 세상에 나왔다. 아버지는 형이 ‘남자 혼자 일곱 누나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 걱정해서 다시 한번 도박을 했다고 한다. 아들이 하나 더 생기면 형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잘 안다. 다행히,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는 게이다. 게이가 아니었다면 천씨 집안의 두 번째 완제품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불량품이지만 그 편이 오히려 너무나 다행스럽다.


고3 여름방학에는 가오슝(高雄)으로 가서 문학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타이완 전역에서 온 고등학생 글짓기 고수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여 재능을 겨루는 자리였다. 우승자에게는 연합고사를 건너뛰고 대학 중문과에 입학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캠프에서 나는 전국의 각 고등학교에 나와 비슷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들 문자에 접촉하는 순간 전기가 통해 필라멘트로 맑고 밝은 빛을 발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어른들이 말하기론
졸업해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학과를 지망했다. 알고 보니 나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문학을 공부하려 하는 같은 세대를 만나 매일 대화의 강물이 넘쳐났고, 어두웠던 내 청춘도 여명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수도에서 온 학생들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와 무라카미 하루키, 헤세와 데이비드 린치에 관해 토론했고, 이미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본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열렬히 그들과 어울려 토론을 벌였지만 그들이 하는 얘기는 전부 처음 듣는 것들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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