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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2312
· 쪽수 : 96쪽
책 소개
목차
『가족이란 이름을 한 꺼풀 벗겨 내면』
가족 * 최진영
미키마우스 클럽 * 박서련
여자아이는 자라서 * 조남주
책속에서
야단을 안 쳤다고, 엄마가?
수호가 차를 호로록 마시며 대꾸했다.
그건 대체 누구 기억이야. 나 어릴 때 파리채로 그렇게 때려 놓고는. 덩치가 커진 다음에는 때리지는 못하고 방에 가뒀잖아. 페트병 하나 넣어 주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잖아. 그리고 나만 고집 세나? 우리 가족들 다 그렇잖아. 우리 집에서 누가 누구 말을 들어. 다들 자기 말만 하지.
여자 표정이 잠깐 일그러졌다.
얘 지금 말하는 것 좀 봐요. 자기 가족 얼굴에 똥칠하는 것 좀 봐요.
-「가족」, 최진영
처음에 나는 네가 저능아라고 생각했다. 너는 말을 배우는 것부터가 몹시 늦되었고 아무리 가르쳐도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지 못했으며 지나치게 자주 울음을 터뜨렸다. 고학 력의 미혼모인 나에게 자식이 멍청하다는 사실은 견디기 어려운 형벌과도 같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너를 가수로 키우려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너를 계속 키울 자신이 없었다. 적당한 때를 보아 플로리다에 있는 내 양부모에게 너를 맡기든지, 정 안 되면 어디든 입양이라도 보낼 심산이었다. 임신 26주 차에 이르러 너를 가진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이미 심한 임신중독으로 몰라보게 비만해진 데다 그것을 스트레스 탓으로 오인한 나머지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터였다. 너의 탄생은 나에게 재앙을 의미했다.
-「미키마우스 클럽」, 박서련
엄마는 힘들어하는 내게 좀 쉬라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라고 말했지만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내가 주하도 다 키워 주고 살림도 다 해 주지 않니, 1년이나 육아 휴직 할 수 있는 직장이 흔한 줄 아니, 그러게 누가 결혼하랬니…….
“나는 일하는 게 어느 정도로 무서웠냐면, 상담소 정리하고 집에 걸어오는 길에 그 약국 건물 뒤로 구불구불한 골목 있잖아, 거기 지날 때마다 여기서 칼 맞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이런 소리하면 너 서운하니? 내가 너무 꼰대 같은가?”
“응. 나 무지 서운하고 엄마 꼰대 같아.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여자아이는 자라서」, 조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