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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후기(영조~순종)
· ISBN : 9788960604339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15-05-12
책 소개
책속에서
나라는 백성에게 의지하고 백성은 먹을 것에 의지하니, 중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옛날에 신농(神農)은 처음으로 농사를 가르쳤고, 주(周)의 후직(后稷)은 농사를 근본으로 삼았고, 우리 조정의 창업도 또한 주나라와 같았다. 공자께서 “나는 그 예(禮)를 아낀다.”라고 하셨는데, 성인이 가르치신 뜻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권농(勸農)이 곧 실속이 없는 말이 되었지만, 몸소 밭에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권장하겠는가? 때때로 내가 친히 농기구를 잡아 여러 백성에게 권장하고, 각 관청의 신료들이 몸소 밭 가는 기구를 갖추어 첫 해일(亥日)에 거행하는 것이 어찌 다만 농사를 중히 여기는 것일 뿐이겠는가? 바로 내가 처음 정사를 펼칠 때 위로는 제사 때 쓸 곡식을 바치고 아래로는 백성을 권면하고자 했던 뜻이다.
어영대장이 개천이 메워져 막혀 있다고 아뢰었지만, 나는 백성들의 힘을 더욱 지치게 할까 염려된다. 이제 이와 같이 막혀 있는 것을 보았는데, 도성을 지키려고 한다면 준천(濬川: 개천을 파는 것)은 더욱 급한 일이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태종 때 성을 쌓은 것은 후손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니, 나는 다시 백성들을 수고롭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보건대 이와 같이 다리가 막혀 있으니 개천을 파내고 싶다. 너희들은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가? 나는 개천을 파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다른 백성들 가운데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해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많은 뱃사람들이 다 나를 만나고 돌아가면, 그 처자식들이 반드시 임금을 만나서 무엇을 받았는지 물을 것인데, 모두 아무 말도 못할 것이다. 이번 행차는 전에 없었던 일이니 만약 전에 없던 일에 대한 혜택이 없다면, 뱃사람들이 비록 원망하지 않더라도 어찌 서강(西江)의 조선점검소(漕船點檢所: 세곡 운반선을 점검하는 곳)에는 부끄럽지 않겠느냐? 뱃사람과 격군(格軍)에게는 선혜청(宣惠廳)의 낭관(郞官)이 빨리 가서 쌀 1말을 각각 나누어주고, 아전들 가운데 혹 역(役)을 겸하는 자가 있으면 금년에만 특별히 역을 면제해주며, 격군은 모두 금년에 한해 특별히 역을 면제해주도록 해당 차사원(差使員)과 첨사(僉使)에게 전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