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62609561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5-11-27
책 소개
목차
서문. 감수성이라는 마지막 좌절된 희망
1장. 우리의 모습을 닮은 평범한 악에 관하여
2장. 정치의 위기, 감수성의 언어를 찾아서
3장. 감수성의 상실, 공포와 무관심 사이에서
4장. 소비하는 대학, 새로운 무의미와 기준의 상실
5장.<서구의 몰락>을 다시 생각하며
리뷰
책속에서
기술은 당신이 방관자로 있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나는 해야만 한다.”로 변질된다. 나는 할 수 있다. 고로 나는 해야만 한다. 딜레마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딜레마들의 세계가 아니라 가능성들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것은 어떤 도덕도 남아 있지 않은 위키리크스의 윤리와 유사한 면이 있다. 염탐하고 누설하는 것은 의무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 무슨 목적을 위해 그런지는 불분명하다. 이것은 그저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행해져야만 하는 어떤 것이다. 정치를 추월한 기술로 인해 생겨난 도덕적 공백이 여기에 존재한다. 이런 의식의 문제는 권력의 형태나 정당성이 아니라 권력의 양이다. 무심결에 은밀하게 숭배되는 악은 더 많은 재정적 또는 정치적 권력이 있는 곳에 존재한다. 악은 서구 사회에 숨어 있다. 악에게는 여전히 이름과 그것이 머무는 지역이 있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악이 약하고 무력해서 자신의 흔적을 가린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한편으로 인간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과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비밀을, 즉 이야기하거나 공표하지 말아야 할 것을 없앰으로써 사생활을 식민지화하려는 욕망은 새로운 악의 두 가지 표현 형태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일대기, 내밀한 이야기, 삶과 경험 등이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무감각과 무의미의 한 증상이다.
레세크 콜라코프스키가 적절히 관찰한 것처럼 진부한 상투어와 고정관념은 인간의 후진성과 어리석음을 증언하기보다 끊임없는 의심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준다.
악은 전쟁이나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악은 누군가의 고통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때,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할 때, 말없는 윤리적 시선을 외면하는 눈길과 무감각 속에서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