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720227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읽는 분들께
삘기 뽑아 먹던 언덕
목젖으로 뻗쳐오르던 열기
중3, 반항을 시작하다
아재, 밥 좀 갈라 묵읍시다
바바리 이야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고3
그해 봄날
천하의 고문관
내 삶을 가꾸어 준 사람들
다 쓰고 나서
리뷰
책속에서
부산 집으로 갈 날이 가까워 오면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놀러도 잘 안 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할매 곁에 있어 드리고 싶었다. 청소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했다. 할매가 주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게 먹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뒤안으로 가서 울기도 했다.
‘우리 가고 나면 할매 혼자 이 집에서 우째 살겠노.’
막상 집으로 가야 하는 날이 되면 아침부터 마음이 짠하여 모두가 말이 없다. 샛노란 달꺌찜도 하고, 김도 굽고, 고슬고슬 하얀 쌀밥을 해서 내놓아도 좋은 줄 모르겠다.
담임도 더 이상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말이 없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필터를 질겅질겅 씹으며 담배 연기를 뿜어내니 세상에 겁나는 것이 없었다. 나는 문득 훌쩍 커 버린 기분이었다. 옛날의 내가 아니었다.
“야이, 빙신아. 내 겉으마 그런 애하고 결혼도 하겠다. 요새 그런 애가 어딨노. 가니나들이 몽땅 발랑 까져 있더라 아이가. 촌시럽다꼬? 니가 눈에 헛거물이 끼었구나. 아이고 아깝아라. 내가 먼저 만나야 하는 건데······.”
“내 또 니한테 양도하까?”
“미쳤나, 이기. 정신 차리고 잘 붙들어 놔라이. 니 꼬라지에 바라리 겉으마, 복이 터져도 대복이 터진 기다. 조상이 제비 다리를 몇 개나 고쳐 주었던공······. 하이고······ 빙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