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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3721941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서문_ 이 꽃을 바라보는 순간
1부 목송 目送
눈으로 하는 작별/엄마 딸/열일곱 살/사랑/홀로 가야 하는 길/외로움/믿음과 불신사이/그때, 우리는/선명해지는 것/무엇/함께 늙기/만약에/넘어졌을 땐_K에게/걱정 마/화장/겨울 빛깔/산책/누구를 위해/클럽/집으로 가는 길/오백 킬로미터/시간/엄마와의 대화/비밀계좌/행복/마지막 오후의 티타임
2부 풍경
두견새/우울증/우리 동네/헬렌/화재 경보/폭플람/원숭이 마피아/도시의 원주민/두보/댄스 플로어/큐빅 팔찌/침향/‘지뢰 조심’/애기장대/‘보통 사람들’/서울/나라/홍콩/눈처럼 새하얀 천/복제된 샛별/노래기/상식/치치/늑대가 온다/또다른 이민자/울남 하늘/꽃나무/흉가/새해/메콩강 뱃길/시간이 멈춘 곳/연꽃의 나라/느리게 보기
3부 시간
심연/무장해제/반야심경/여인/틀니/동창화/고비/노자/걸음마/눈/말/작별/공/1918년, 겨울/귀혼
리뷰
책속에서
조금씩 어둠이 겉히는 새벽, 엄마는 어느새 깨어나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앉는다. 나이든 여인은 다 그런 걸까? 몸이 점점 왜소해지면서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목소리도 작아진다. 마치 그림자처럼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진다. 나이든 여인은 다 그런 걸까?
나는 쓰던 글을 멈추지 않고 말한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우유라도 데워드릴까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가만히 속삭인다.
“그쪽은 내 딸을 닮았네요.”
나라는 사랑할 수 없어도, 그 땅과 사람은 사랑할 수 있다. 역사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아도, 진실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계속할 수 있다. 문명의 힘이 아무리 미약하다 해도, 우리가 의지할 만한 것은 그래도 문명밖에 없다. 정의가 아무리 의심스럽다고 해도, 그러한 정의
라도 가지는 편이 없는 것보다는 안전하다. 이상주의자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들이 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하늘과 땅 차이다. 사랑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이라 해도, 반딧불이가 밤하늘에 빛을 뿌리며 날아다니는 이유를 생각하면, 서로 사
랑했던 그 시절조차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해도, 모래 한 알에도 무한한 우주가 들어 있다면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에도 영원한 시간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