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67357504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0-02-10
책 소개
목차
서문
1 딴 데 정신 팔기가 영원무궁토록 필요한 이유
2 인도 입성과 신고식
3 바이 바하이
4 차트, 탈리, 홍등가의 케밥
5 인도 국기를 더럽힌 나의 아들
6 화려한 터번을 두른 점쟁이의 저주
7 고속도로의 마도로스
8 분홍빛 도시, 붉은빛 치아
9 떡고물이 너무 과했지
10 변기와의 페이스타임
11 마피아 원숭이와 이타적 인간
12 다라비의 낮, 반드라의 밤
13 인도 최고의 셰프
14 초치기의 달인
15 케랄라에 도착하다
16 케랄라의 마술사
17 쪼글쪼글한 비장과 머리 없는 닭
18 에르나쿨룸행 야간열차
19 18-80 클럽
20 리센의 깜짝 발언
21 가슴 셋 달린, 붕어눈의 마두라이 여신
22 사서 고생
23 영국에서 온 패션 테러리스트
24 고래와 트럼펫
25 인도 초콜릿과 신성한 소
26 우리는 모두 힌두교
27 엉덩이 사이로 머리 밀어넣기
그리고 깨달음으로 가는 기타 방법들
28 ‘옴’ 챈팅 장인의 탈선과 귀환
29 연 띄우기
30 동물원의 신스틸러
31 비나이의 이야기
32 깨달음은 밤바람처럼 온다
33 마이클에게 보내는 메시지
34 모발 이식보다 더 즐거운 것들
35 더 건강하고, 더 강하고, 더 생산적인
36 다시 방생된 구조 동물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우리 부부는 살벌하게 한판 떴다. 나는 내 위장의 욕구가 식구들의 영적 자양분보다 더 중요한 사람으로 매도당했다. 리센은 어느 대목에선가 “아무리 수선을 떨어봐야 입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은 음식일 뿐이야!”라는 말도 내뱉었고, 설거지 등등에 전혀 협조하지 않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결국은 내가 교회에 끌려가 예배 내내 씩씩대고 거친 한숨을 토해내는 걸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나는 끝내 오븐의 불을 줄이는 걸 ‘까먹었다’는 구실로 일찍 빠져나와버렸다.
내 이름은 신문 구독률에 영향을 미치는 이름이 아니었고, 이제 10년 차 작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담당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 사람이 내가 누군지 바로 알 확률은 딱 반반이었다. 내색은 못 해도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당연히 편집자들이 나를 찾아 우리 집 문전으로 쇄도해야 마땅하다고 느끼고 있건만, 현실은 내가 편집자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일을 딸 판이 돼버리고 나면 아무리 상황이 좋을 때라도 멘털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마흔 살 생일을 목전에 두면 그런 일이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 작은 모욕이나 작은 역경(정기적으로 기고하던 칼럼에서 잘리거나 편집자가 내가 낸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에도 나는 휘청 흔들렸다. 편집자가 급하게 써 보낸 이 메일의 뉘앙스를 두고도 몇 시간씩 고민했다. 이 사람이 일부러 짧고 퉁명스럽게 쓴 걸까, 아니면 너무 바빠 예의를 갖춰 쓸 시간이 없었던 걸까? 나이가 들수록 느긋해지고 온화해진다더니! 나는 오히려 예전보다 화도 더 잘 내고 더 분해하고 더 억울해했다. 결코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는 거, 인정한다. 나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어느새 우리는 차량과 행인, 뜬금없이 나타나는 소, 말도 안 되게 높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정말 놀랄 만한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인도의 교통 상황을 대면할 때는 상상력이란 걸 버려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신경쇠약에 걸리고 말 거라는 걸 배운 나의 첫 수업이었다. 우리의 인력거 운전사는 도로의 거대한 웅덩이들 사이로 다니느라 고개를 거의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수했던 충돌의 순간을 교묘히 피한 채 무너져 내리기 직전인 두 상점 사이의 어둡고 비좁은 통로 입구 앞에 우리를 내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