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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6552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3-04-08
책 소개
목차
1부 중국 1978-1979년 … 7
2부 방랑 1979-1990년 … 197
에필로그 베이징 1990년 10월 … 275
옮긴이의 말 … 300
책속에서
그의 튀어나온 턱과 다른 중국인들보다 좁은 이상한 그의 두상. 그리고 특히 그의 동료가 발음하는 그의 이름은 새소리처럼 들리거나 마치 먼 고비사막, 혹은 북쪽 초원에서 바람에 떠올라 태풍에 휩쓸려 여행하다가 딱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러 나라를 지나 마침내 내 귓가에 떨어진 모래 알갱이처럼 부드럽고 이국적이었다. (……)
툼추크: 부처가 설법한 팔리어로 툼숙, 산스크리트어로 툼숙, 몽고어로 툼추크이며 모두 “새의 부리”를 뜻함. 이 명칭은 영토가 작은 데다가 그 형태가 새 부리를 닮은 고대의 한 왕국을 지칭했다. 전쟁, 외침, 혁명, 가뭄을 견디며 천여 년 동안 존재했던 이 왕국은 817년에 모래 태풍에 완전히 파묻혀버렸다.
폴 당페르,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주석』, 소르본 출판사, 518쪽.
자신의 이름과 같은 나라의 언어로 쓰인 문자가 벽면 스크린에 나타나자 툼추크의 검은 그림자가 환등기 불빛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전혀 딴사람으로 변했고 거의 열락과 숭배의 상태에서 마치 수세기 동안 지하에 묻혀 있던 비밀을, 우리를 영원히 하나로 묶어주는 축복을 밝히며 나를 입문시키는 종교의식을 주재하는 사람처럼 낮은 목소리로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갔다. (……) 달도 뜨지 않은 밤에 한 나그네가 홀로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갔고 산과 하나가 되고 산이 하늘과 하나가 되는 긴 오솔길을 걸어갔으나 도중에 어느 모퉁이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다가 결정적 순간을 잠시 늦추는 풀 더미를 움켜쥐었지만 곧 손아귀의 힘이 빠져 최후의 순간을 앞둔 사형수처럼 마지막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심연 쪽으로 눈길을 던졌다가…….
“소문에는 철저한 합리주의자라는 프랑스인이 불경을 꽃잎처럼 여린 피부에 항상 육체적으로 밀착시키며 존중하는 태도에 감동받았어. 양가죽에 쓰인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는데 살아 있는 존재처럼 따스했어. 어떤 글자는 프랑스인의 땀에 번져서 가느다란 실핏줄처럼 변해서 거의 꿈틀거리고 떨리는 것 같았지. 어떤 획은 세월에 마모되어 작은 연꽃잎처럼 변해서 연꽃을 제목으로 삼은 이 불경의 법문 중에서 불경은 부처의 사리라는 말이 떠올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