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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미셸 푸코
· ISBN : 9788972971993
· 쪽수 : 378쪽
· 출판일 : 2026-01-30
책 소개
언어와 문학을 다시 묻다
도서출판 동녘의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다섯 번째 책 《광기, 언어, 문학》
《광기, 언어, 문학》은 미셸 푸코가 1960년대 중·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사이에 집필하거나 강연한 글 13편을 묶은 책으로,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 사이에 위치한 그의 사유의 전환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광기를 병리학적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이성이 자신을 구성하는 경계적 기능으로 파악하고, 문학을 표현의 장이 아니라 언어가 자기 한계와 충돌하는 장소로 재정의한다.
푸코에게 광기는 단순한 비이성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이 스스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구분되고, 배치되며, 관계 맺어지는 타자이다. 《광기의 역사》가 광기와 비광기의 사회적 분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고고학적으로 추적했다면, 이 책은 그 분할이 언어와 문학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변형되며, 때로는 전복되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말과 사물》이 인간이라는 주체의 형성을 해체했다면, 이 책은 문학 분석에 있어 저자·의미·표현 중심의 비평을 무너뜨리고, 텍스트를 하나의 ‘기록(문서)’으로 재배치한다.
이 책에서 ‘광기·언어·문학’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광기는 언어의 경계에서 발생하고, 문학은 그 경계를 가장 급진적으로 노출하는 담론 형식이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언어가 스스로의 조건과 한계에 부딪히는 실험 공간이며, 광기라는 위치가 언어 속에서 다시 구성되는 장소다. 따라서 《광기, 언어, 문학》은 문학 이론이자 동시에 광기의 철학이며, 언어의 정치학이기도 하다.
수록된 13편의 글은 푸코가 광기 연구에서 담론 분석으로 이동하던 순간의 긴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광기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광기는 사회 안에서 어떻게 위치 지어지는가?”를 묻는다. 또한 “문학은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문학은 언어를 어떻게 조직하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들은 이성, 언어, 문학의 관계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사회를 구성하는 항상적 기능, 광기
〈광기와 문명〉에서 푸코는 광기를 개인의 병리로 이해하지 않는다. 광기는 모든 사회에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기능이며, 사회는 광기와 이성을 분할함으로써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구성한다. 이성은 광기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을 이성으로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기는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이성이 스스로를 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특정한 위치로 조직되는 항이다.
〈광기와 문명—1967년 4월 튀니스의 클럽 타하르 하다드에서의 강연〉에서 푸코는 광인으로 구분되는 지속적인 특징들을 제시하며, 광인의 분할이 원시 사회부터 현대 사회까지 이어져왔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상적 관습 속에서 이루어지던 분할이 17세기를 기점으로 의학적 조치인 감금 등을 통해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식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광기와 사회〉에서 푸코는 법, 도덕, 노동, 의학의 규범 속에서 광기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위치 지어지는지를 분석한다. 광기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사회가 광기와 비광기를 구분하면서 부여한 자리라는 것, 이러한 자리는 권력과 규범의 작동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그는 광기를 사회 질서의 외부적 요소로서가 아니라, 그 질서를 드러내는 핵심 요소로서 고찰한다.
언어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광기
〈문학과 광기—바로크 연극과 아르토 연극에서의 광기〉에서 푸코는 광기를 문학의 주제가 아니라, 언어의 질서를 흔드는 힘으로 파악한다. 바로크 연극에서 광기는 재현 가능한 대상이고 따라서 관객에게 보여지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아르토 연극에 이르면 광기는 더 이상 재현되지 않고 몸짓, 외침, 리듬으로 전환된다. 즉 이때 광기는 인물의 심리 상태가 아니라, 언어가 자신의 규칙을 벗어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된다. 따라서 푸코에게 문학은 광기를 묘사하는 형식이 아니라, 언어가 스스로의 한계와 충돌하는 하나의 장소인 것이다.
〈문학과 광기—레몽 루셀 작품에서의 광기〉에서 푸코는 루셀의 작품이 의미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언어 내부의 형식적 규칙에 따라 거의 자동적으로 생성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루셀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말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결합되느냐이다. 이러한 글쓰기에서 주체는 전면에 서지 않으며, 텍스트는 주체의 표현이 아니라 언어가 스스로를 조직하면서 산출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푸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루셀의 글쓰기와 광기가 맺는 구조적 친연성을 파악한다. 문학에서 광기는 인물의 심리 상태가 아니라, 언어가 자기 규칙을 끝까지 밀어붙일 때 형성되는 위치이며, 이로써 문학은 현실을 재현하는 장이 아니라 언어가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는 장으로 재정의된다.
〈현상학적 경험—바타유에게 있어서의 경험〉에서 푸코는 전통적인 현상학에서의 경험과 바타유가 말하는 ‘한계체험’을 대비한다. 현상학적 경험은 주체가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바타유의 한계체험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언어와 사유가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는 경계에 접근하는 운동이다. 푸코는 이러한 한계체험을 통해 광기, 언어, 문학이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동일한 경계 위에서 함께 문제화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기록으로, 의미에서 구조로
〈문학 분석의 새로운 방법들〉에서 푸코는 전통적 문학 비평이 작품의 생산 과정, 작가의 의도, 표현의 의미에 집중해왔음을 비판한다. 이러한 비평은 텍스트를 하나의 결과물로 보고 그 배후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 머문다. 반면 새로운 방법론은 텍스트를 하나의 ‘기록(문서)’으로 간주하면서, 그것이 어떤 규칙과 구조 속에서 배열되는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썼는가가 아니라, 텍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성립하는가이다.
〈문학 분석〉에서 푸코는 작품을 의미나 저자의 의도가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담론적 조건 속에서 언표들이 결집되어 나타난 효과로 파악한다. 따라서 분석의 대상은 작품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성립할 수 있었던 조건과 규칙이다. 문학 분석은 해석이 아니라, 작품을 가능하게 한 담론적 배치를 기술하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이 글은 이후 《지식의 고고학》으로 전개될 담론 분석이 문학 영역에서 먼저 실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조주의와 문학 분석—1967년 2월 4일 튀니스 강연〉에서 푸코는 전통적 문학 비평이 작품을 기원, 원인, 생산 조건으로 설명해온 방식을 비판한다. 그러한 설명은 작품을 저자의 의도나 사회적 맥락으로 환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푸코는 구조주의를 목적이 아니라 전략으로 사용해 주체·역사·의미를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텍스트의 내적 작동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학은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며, 분석은 생산의 계보가 아니라 배열과 작동의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언어 외적인 것과 문학〉에서 푸코는 문학을 언어 체계 내부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비판한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언어를 자율적 체계로 분석했지만, 그 결과 문학이 언어의 특수한 사용 사례로 축소되는 문제가 생겼다. 푸코는 이를 넘어서기 위해 ‘언어 외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는 언어 바깥의 현실이 아니라, 언어가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자 언어 규칙으로 환원되지 않는 차원이다. 문학은 언어 규칙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 규칙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밀어붙이며 언어의 성립 조건 자체를 문제 삼는다. 따라서 문학은 언어 내부가 아니라, 언어와 그 조건이 만나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담론이다.
〈문학 분석과 구조주의〉에서 푸코는 구조주의와 문학 분석의 관계를 정리한다. 구조주의는 작품을 저자의 표현이 아니라 기호들의 관계와 배치로 보게 함으로써 주체 중심 비평을 해체했다. 그러나 구조가 자율적 체계로 고정될 경우, 문학은 다시 폐쇄된 형식으로 환원될 위험이 있다. 푸코의 관심은 구조 자체가 아니라 구조가 작동하는 사건성에 있다. 결국 문학 분석은 구조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구조의 발생 조건과 작동 방식을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바르와 페퀴셰—두 개의 욕망〉과 〈절대의 탐구〉에서 푸코는 플로베르와 발자크를 통해 근대 지식의 욕망을 분석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고 체계화하려는 이성의 욕망은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광기와 닮아간다. 여기서 광기와 이성은 대립 항이 아니라, 동일한 탐구 충동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직된 결과로 나타난다. 푸코는 이를 통해 문학이 근대 이성의 구조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목차
푸코 작품 약어 6
일러두기 8
서문_쥐디트 르벨 10
1. 광기와 문명 33
2. 광기와 문명-1967년 4월 튀니스의 클럽 타하르 하다드에서의 강연 55
3. 광기와 사회 84
4. 문학과 광기-〔바로크 연극과 아르토 연극에서의 광기〕 98
5. 문학과 광기-〔레몽 루셀 작품에서의 광기〕 122
6. 현상학적 경험- 바타유에게 있어서의 경험 138
7. 문학 분석의 새로운 방법들 144
8. 문학 분석 166
9. 구조주의와 문학 분석-1967년 2월 4일 튀니스의 클럽 타하르 하다드에서의 강연
186
10. 〔언어 외적인 것과 문학〕 243
11. 문학 분석과 구조주의 267
12. 《부바르와 페퀴셰》-두 가지 유혹 295
13. 《절대의 탐구》 323
옮긴이 해제 349
찾아보기 369
책속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본질적으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병리적 사실로 간주되지 않았고, 소위 원시적인 문화들에서는 오늘날에도 의학적 현상으로서가 아니라 종교 현상 등으로 해석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을 전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광기는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는 하나의 현상으로, 몇몇 특정한 문화(부분적으로는 그리스-로마 문명, 보다 전면적으로는 이슬람 문명, 그보다 더 전면적으로는 [우리 문명])만이 광기에 의학적 위상을 부여했습니다. 광기의 의료화는, 광기라는 현상을 해석하는 가능한 방식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광대라는 인물은 오늘날 자취를 감췄습니다. (…) 그렇지만 진실하면서도 거짓인 말, 진지하진 않아도 본질적인 것을 말하는 말의 양의적 역할, 그리고 힘을 갖지 않지만 유포되는 모든 진실보다 더 중요한 뭔가를 폭로하는 말의 역설(…) 이런 주제는 아시다시피 우리 문명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결국 문학이란 무엇입니까? 진실을 말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일어난 일을 말하기 위한 것도 아닌, 일종의 공허하고 허황된 말입니다. 문학가, 소설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자는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고 사물을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뭔가를 말하고 공허 속에서 말합니다. 문학의 말은 우리 세계에 있어서 방울과 같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의 화제, 우리 과학의 화제, 우리 철학의 화제가 갖는 둔중함이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폭로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무언가는 사물 아래 잠재하는 일종의 진실 혹은 〔사물–옮긴이〕 저편에 있는 진실입니다.
17세기 유럽 사회는 광인과 광인이 아닌 사람을 분리한 게 아니라, 실제로는 노동하는자로부터 노동할 수 없는 자를, 즉 경제적 규범에 속하지 않고 또 그것에 따르지 않는 자를 분리해낸 것입니다. 불구자, 방탕자, 노인 등이 포함된 그러한 사람들 가운데 광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최초의 분할이었고, 따라서 이것은 이성과 비이성의 분할이 아니라 노동과 비노동, 노동과 무위의 분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