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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기호학
· ISBN : 978897682665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11-03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7
감사의 말 13
에밀 뱅베니스트 연보(1902~1976) 15
서문 19
들어가며 59
1장・기호학(강의 1~7) 79
2장・언어/말과 문자/글(강의 8~15) 115
3장・마지막 강의, 마지막 노트(제1차 강의: 새로운 강의) 171
부록
1. 에밀 뱅베니스트의 학문 여정 187
2. 에밀 뱅베니스트의 문서 222
후기 | 어느 천재 언어학자의 운명 231
옮긴이 해제 253
뱅베니스트 주요 연구에 대한 참고서지 278
인명 찾아보기 282
개념 찾아보기 284
삽화목록 287
책속에서
20세기의 비극적 분쟁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 시기가 인간 조건의 핵심에 놓인 이 언어를 각별히 깊이 탐구하는 때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인간의 핵심 활동은 모든 인간 경험을 조건 짓고 포괄하며, 이를 드러내 밝혀 주는 것이 곧 언어이다. 현상학, 형식논리학, 분석 철학, 구조주의, 일반문법, 인문과학은 인간언어에서 행동과 제도의 의미를 질문했다. 하지만 육체적 성을 끌어들여 생물학의 영역을 조금씩 침식한 정신분석학도 망각하지는 않았다. 이들 학문은 문학 형식, 예술적 전위, 문체의 특이성 등 유래 없는 지성의 폭발로 문학 영역을 전복시켰다.
뱅베니스트에 따르면 기호학은 기호론과 의미론이라는 두 축을 포함한다. “이 구별에 관심을 기울이면 소쉬르의 이론은 극복할 수 있다.” 사실상 소쉬르의 기호 개념에 만족하면, 그것은 기호론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언어는 ‘의미조직’을 가진 구성 요소들로 환원된다. 뱅베니스트는 이 용어에 강조 괄호를 치고 “기능을 가진 언어(의미론의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에 접근하는 길을 막고 있다”고 한다. 뱅베니스트는 이 의미론의 영역에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의미론에는 언어학자들 이 무시하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의미’와 의미론의 구성 원리는 담화의 연속성 원리”, 즉 선조성의 원리이다. “의미는 단어라는 이 구성 요소를 연속으로 두면 생겨난다.” 뱅베니스트의 사고 논리에 따르면, 그는 의미론(자신의 고유영역)의 ‘단어’와 기호론의 소쉬르의 ‘기호’를 나누어 대립시킨다. “소쉬르는 기호론의 기저에 단위로서의 ‘기호’라는 부동의 견해를 고수한다.” 그것은 그가 언어의 일차적 요소를 정확히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호의 선조성 개념은 지지할 수 없다”.
우리는 언어 전체가 의미작용을 통해 내용이 주어지고, 분절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출발했다. 언어는 이와 다르게는 기능할 수 없는데, 이것이 그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미작용이 없다면, 사고도 없고, 또 한편 사회도 없으며, 따라서 존재도 없다. 누구나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견해는 무(無)의 섬광을 견딜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그러한 경우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어를 모르고서는 존재의 자리를 제대로 가진 인간을 상상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