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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

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

(세드나 vol.5)

강성은 (지은이)
신생(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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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 (세드나 vol.5)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88979735246
· 쪽수 : 197쪽
· 출판일 : 2020-01-10

책 소개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만하, 김형술, 정익진, 유지소, 조말선, 김참, 김언 등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쓰는 <세드나> 동인이 중심이 되어 만든 부정기 간행물이다.

목차

Intro
김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novel
강성은 두 자매 이야기

poem
김언 내 언어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 외 4편
김참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들 외 4편
김형술 이모들 외 4편
유지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외 4편
정익진 헤나 타투 외 4편
조말선 토르소는 옷걸이입니까 외 4편
허만하 풍경 외 3편

prose
김언 자화상 몰두하기, 실패하기
김참 술의 말
김형술 노래의 풍경
유지소 모월 모일
정익진 그리고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조말선 병렬적인 하루
허만하 일기의 문학성
박대현 문 열어 보지 마라

책속에서

내 언어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 당연히 오해하고도 있다. 당연히 생략하거나 삭제하거나 누락한 것도 있다. 심지어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것도 있는데, 그렇다고 내 언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세계다. 억울하더라도 세계다. 짐작하겠지만 그 또한 세계의 언어다. 나의 언어는 나의 언어답게 크고 넓은 세계를 다 감당하기 위하여 그보다 크고 넓은 세계의 언어를 다 포용하고 있다. 허용하고 있으며 남용하는 것도 괜찮다. 오용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이용할 만큼 이용하면서 세계는 나의 언어에 순응한다. 너무 순응해서 따로 말을 시키지 않아도 바짝 엎드리는 흉내를 낸다. 컹컹 짖는 흉내도 낸다. 반가워서 꼬리라도 흔들어야 믿겠는가. 그것은 개다. 내 언어는 충분히 훌륭한 개를 키우고 있다. 수십 마리도 넘게 키웠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말을 하는 개는 아직까지 없다. 내 언어를 듣고 있는 개는 내 언어를 듣고서 태어난 개이고 내 언어를 듣고서 죽을 때까지 개로 성장하다가 처분될 것이지만, 내 언어는 그조차도 보살피지 않고 떠난다. 개를 떠나고 개가 된 언어를 떠나고 떠나서는 할 말을 다시 찾는다. 그러면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이 받아주는 언어가 있다.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듯이 다독여주는 언어도 있다. 물론 개의 이빨처럼 물고 늘어지는 언어도 당연히 있다. 당연히 이빨에 물린 자국도 있다. 그걸 빼내려고 노력했던 온갖 헛수고의 흔적도 지워지지 않고 여기까지 따라붙는다. 여기가 어딘가? 거기가 너의 집이다. 들어갈 때마다 웅크리고 들어가야 하는.
-김언, 「내 언어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가 트럼펫을 부는 동안 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었다. 까마귀들이 날아갔다. 구름이 흘러갔다. 해가 졌다. 어두워졌다. 그가 트럼펫을 부는 동안 자전거가 지나갔다.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창문이 열렸다. 담배 피우는 입술이 나타났다. 그가 트럼펫을 부는 동안 회색 도마뱀 한 마리 나무에 올랐다. 누군가 창문을 조금 더 열었다. 뜨거운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그가 트럼펫을 부는 동안 매미가 울었다. 선풍기가 돌아갔다. 찌개가 끓어 넘쳤다.
-김참, 「트럼펫」


이모가 건널목을 건너옵니다.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커다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서도 거침없이 당당한 저 팔자걸음은 절대 이모 아닐 수가 없지요.

걸음 따라 춤추는 이모의 바구니에서 바다가 출렁이고 물고기가 튀어오르고 싱싱한 해초 비린내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얼른 뛰어나가 바구니를 받아들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 걸음이 주춤,

이모는 힘이 셉니다. 팔힘도 세고 목힘도 세고 목소리 누구보다 크고 우렁찹니다. 이모가 입을 열면 뜨거운 김을 뿜는 증기기관차가 달려나오고 새끼 줄줄이 거느린 오리 떼 그 뒤를 따르고 흰 거품 문 암소가 쉭쉭 흰 눈을 뜨고 머리를 숙인 채 돌진합니다.

여자가 저리 기가 쎄니 자식을 일곱이나 낳고 키워 출가를 시켰지 나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하모 택도 없다카이

엄마는 종종 귓속말로 이모를 흉보지만 이모는 엄마보다 무섭습니다.

엄마처럼 대충 넘어가 주는 법 절대 없습니다. 똑바로, 똑부러지게, 경우 바르게 몬 사나, 로 시작하는 잔소리 폭탄을 쏟아 붓습니다. 이모한테 걸리면 뼈도 못추립니다. 말로도 힘으로도 이모를 당할 사람 근동에 없지요.

나이 들어 이모 얼굴 안 보고 사니 편합니다. 이모 아픈데 병문안도 안 오냐는 고함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어도 늙은 이모는 이제 별로 겁이 안 납니다. 봉투에 지폐 달랑 몇 장 넣어서 부치고 룰루랄라 이모 따위는 잊어버립니다. 늙고 병든 호랑이는 별로 안 무서워, 안 무서워 주문을 욀라치면

어김없이 이모는 쳐들어옵니다. 흔들거리는 링거 병 앞세우고 폐지를 가득 담은 손수레를 끌며 목발을 짚은 채로도 팔자걸음 여전히 당당합니다. 이모의 발걸음 따라 춤추는 손수레에서 바람은 일어서고 숲은 흔들리고 흰 날개를 펼친 새들 들판 가득 흩어집니다. 햇빛과 구름과 비바람을 거느린 채 이모님들 보무도 당당하게 오늘도 건널목을 건너옵니다.
-김형술, 「이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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