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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1075009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할머니’라는 지혜 창고를 열며 8
<하나>
나물 전사, 한평 할머니 18
소리실 할머니 손은 약손? 28
쌍지 할머니는 개를 사랑해 35
수봉 할머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42
동티 할머니와 나 사이에 해바라기를 48
동래 할머니의 오매불망 꽃 사랑 56
노년의 고갯길도 화끈하게, 광덕 할머니 62
누워서도 열매 맺는 나무처럼, 도란 할머니 70
<둘>
할머니는 약을 알고 있다 78
산딸기 케이크 대작전! 83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90
결국 ‘그 맛’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96
쌀밥 먹음시로 나락이 뭔지도 모른다냐? 104
빗속을 뚫고 온 해님 같은 사랑 110
더 늦기 전 다리를 놓을 방법이 없을까? 115
바느질을 내 품에 120
‘키질’ 하면 떠오르는 사람 128
<셋>
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 136
육식은 아무나 하나 140
나누기보다 쟁이게 만드는 냉장고 148
냇물아 흘러 흘러 153
텅텅 빌 때까지 퍼주고 또 퍼주고 160
외면당하는 할머니 밥상 166
메주를 만들 때는 메주가 되어야 172
나도 강아지랑 뽀뽀할 수 있어 180
다시 부르는 박타령 188
<넷>
할머니 이장의 탄생 200
미우나 고우나 함께하려는 마음 208
시골에 돈 벌 기회가 많다고? 216
드디어, 나도 쑥떡파! 224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232
집에 돌아오니 참 좋다 238
열두 달 자연의 흐름을 찾아서 242
약한 닭이 알을 품는다 250
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258
에필로그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266
리뷰
책속에서
할머니들이 기억하는 맛은 반드시 계절과 이어져 있고, 단순히 혀끝에서 노는 맛이 아니라 그 계절이 간직한 맛의 정수가 살아있는 맛이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고등어조림을 한다 해도 여름엔 감자나 애호박을 넣고, 가을에는 고구마줄기를 넣고, 겨울에는 김장김치를 넣어 지져 먹는 식으로 그때그때 계절의 맛을 담아내는 것이다.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알뜰하게, 미적거리지 않고 민첩하게!
그건 돈을 주고 온갖 식재료를 사서 쓰는 생활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다. 한겨울에도 청량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하고, 일 년 내내 똑같은 속재료가 들어가는 짜장면을 먹는 게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님을 몸이 먼저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제철 감각 본능’이 살아있어야 한달까?
“됐어. 그까짓 거 사다 먹으면 되지. 요즘 사람들은 된장 많이도 안 먹어. 괜히 엄마만 고생이라니까. 그러다 병 나믄 어쩔라고 그라요?”
“그래도 된장은 담가야제. 내가 아무리 멍청이가 되았어도 그건 해야제.”
엄마가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할머니는 묵묵히 할 말을 하고, 또 할 일을 하신다. 정말이지 최강이다. 나 같으면 네가 뭔데 그러냐고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여태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으면서 감히 ‘그까짓 거’라고 하다니, 그게 돈으로 살 수 있는 무엇인 줄 아냐고 따끔하게 야단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큰소리를 쳐야 할 할머니는 오히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러면서도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으시다. 놀라워라, 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