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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095629
· 쪽수 : 254쪽
· 출판일 : 2023-04-14
책 소개
목차
서문 능선에서 만난 여자들
part 1. 바닥을 다지다
현실에 안전하게 착지하기 전에
불행한 시선이 잇는 역사_이선화(자청)
우리의 영화 만들기_마민지(마밍)
신체영토에서 신체주권으로: 해먹 같은 결계에서 단잠 자자!_천샘(나무늘보)
예술치료사-연대인의 교차로에서: 치유의 언어 확장하기_김하람(라무)
성폭력으로부터의 생존, 반성폭력 운동으로부터의 생존, 아무튼 일단 숨쉬기 운동_탁수정(탁)
예술가와 양육자,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두 가지 시선_서경선(늘)
part 2. 바닥을 구르다
애써 버텨 온 몸에 일어난 변화들
살아 있는 연대의 발견_양보름
방향을 잃은 몸들의 착지술_송진희
진심을 다해 심은 나무_햄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이다_이슬비
part 3. 바닥을 넓히다
너와 나, 우리를 연결하는 것은
고립에서 연결로_이성미
예술의 쓸모_고주영
작업은 느슨한 연대를 만드는 과정_김경진
저자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선을 가진 두 명 이상의 존재가 만났을 때, 양자 사이의 거리는 존중과 협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모두 안전할 수 있다. 상대의 거리감을 무시하고 시선이 불쑥 들어온다면 폭력적인 상황이다.
폭력이란 타자의 영역을 동의 없이 침해한다는 의미로 이는 시선에서도 마찬가지다. 폭력이 벌어졌을 때 대상화되는 감각을 느끼는 이유는 나와 세상 사이의 입체적인 거리감을 상실하고 평면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다양한 사물이 적정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으면 잘 보이지만 눈앞으로 확 다가오면 어두운 색덩어리로 보이는 현상과 비슷하다.
성폭력 피해생존자 대상의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의 동의를 묻고 확인하는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성폭력 피해란 생존자의 생각, 감정이 존중받지 않는 경험이기에 그가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이 있음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참여자가 시선의 주체임을 다시 돌려주고자 했다.
- 1부 ‘불행한 시선이 잇는 역사’ 중에서
판타지 영화를 보면 ‘결계’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결계는 특정 구역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림막의 일종인데, 외부의 침입자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결계가 지닌 힘으로 인해 침입자는 튀웅웅웅~ 튕겨져 나간다. 결계를 뚫는 작업은 쉽지 않다. 막강한 도술과 내공을 필요로 하며, 악의 축은 어떻게 해서든 결계를 해체시키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따라서 결계를 치는 도사들은 온갖 공력을 다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이 장막을 구축하여 자국의 영토와 하늘과 사람들을 보호한다.
문화예술계 미투 연대 활동가들이 진행하고 있는 안전망 작업, 그리고 상-여자의 착지술에서 예술을 매개로 신체주권의 의미와 쓰임새를 강화시키는 일련의 프로그램은 바로 이 결계를 치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눈으로 보이지 않고 칼로 가를 수도 없지만 예술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1부 ‘신체영토에서 신체주권으로: 해먹 같은 결계에서 단잠 자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