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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812752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8-29
책 소개
목차
전시 화보
19호실로부터 | 제람
모든 안내는 따르거나 따르지 않아도 된다 | 여혜진
언제든 돌아오라는 인사 | 고주영
‘19호실’에서 천천히 | 김지수
위로의 방 | 박에디
올록볼록한 날들의 합 | 무아
달과 해가 있는 방 하나 | 드므
낯선 어둠 속에 아늑하게 파묻히는 법 | 오혜진
에필로그: 다시 19호실로부터 | 제람
부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지난 몇 년간 성소수자·난민·농인·청소노동자 등의 서사를 조명하는 예술 작업을 줄곧 해왔다. 소수자라 여겨지는 여러 집단 안에서도 ‘여성’은 한층 더 소외당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자기에게 ‘안전한 공간’을 찾지 못해 어딘가로 가야 하는 이들이, 대체로 ‘여성’으로 호명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기르고 대하면서 만든 구조 안에서 엄연히 남성과 ‘여성’이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여성에게 ‘19호실’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게다가 ‘19호실’을 갈망하는 ‘여성’을 지정성별이 여성인 사람과 같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한정할 수도 없다. ‘19호실’로 가서 삶이 끝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이어갈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사유해 보고 싶었다. _「19호실로부터」
나와 가까이에 영역을 표시한 분이 내 영역에 한 발을 내딛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놀랐는지에 대해서도 말로 풀어 이야기하다 보니 살면서 언어화해 보지 않은 내 심리 상태도 살필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피해 주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벽을 증명받기 위해 내 몸을 딱 누일 만큼의 좁은 영역만 차지했음에도 다른 사람이 예고 없이 내 최소한의 안전 영역을 침범하니까 나 자신을 해친 것 같은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굳이’ 그 말을 하고 누군가 경청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니 마음이 풀어졌다. 나중에는 마음이 열려서 그 참가자의 영역과 내 영역 사이에 색상 테이프로 사다리를 만들어 연결하고 싶어졌다. _「19호실로부터」
‘19호실’에서는 (안전에 대한) 인식도, (자기다움의) 인정도 필요치 않다. 무엇의 필요도 되지 않을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타자를 인지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달리 말해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과 의무에서 벗어난 공간이, ‘19호실’이다. _「모든 안내는 따르거나 따르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