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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7454198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6-03-18
책 소개
목차
추천사 6
자서自序 15
제1부 상해를 거닐며 남기다 上海遊記
해상19 / 첫 번째 일별 上 22/ 첫 번째 일별 中 25 / 첫 번째 일별 下 28 / 병원 31 / 성안 上 34 / 성안 中 37 / 성안 下 40 / 극장의 무대 上 43 / 극장의 무대 下 46/ 장병린 51 / 서양 54 / 정효서 58/ 죄악 62 / 남국의 미인 上 66/ 남국의 미인 中 69 / 남국의 미인 下 73 / 이인걸 78 / 일본인 81 / 서가회 85/ 마지막 일별 90
제2부 강남을 떠돌며 남기다 江南遊記
머리말 95 / 기차 안 98 / 기차 안 -앞의 글 이어받음 100/ 항주의 하룻밤 上102 / 항주의 하룻밤 中 106/ 항주의 하룻밤 下110 / 서호 一 113 / 서호 二 118/ 서호 三 122 / 서호 四126 / 서호 五 130 / 서호 六 134/ 영은사 138 / 소주 성안 上 142/ 소주 성안 中 146 / 소주 성안 下150 / 천평과 영암 上 154 / 천평과 영암 中 158/ 천평과 영암 下 162 / 한산사와 호구 166 / 소주의 물 170/ 객잔과 주잔 174 / 대운하 177 / 옛 양주 上 181 / 옛 양주 中 184/ 옛 양주 下 187 / 금산사 191/ 남경 上 195 / 남경 中199 / 남경 下 203
제3부 장강을 거슬러 오르며 남기다 長江遊記
머리말 209 / 무호蕪湖 210 / 소강 214 / 여산 上 218 / 여산 下 222
제4부 북경에서 北京日記抄
옹화궁 227/ 고홍명 선생 230 / 십찰해 233 / 호접몽 236 / 명승 242
제5부 소소한 단상들 雜信一束 247
작품 해설과 옮긴이의 말 255
책속에서
“이인걸 씨가 말했다. 지금 중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공화共和에 있지 않으며 그렇다고 복벽復?에 있지도 않다. 저반의 정치 혁명이 중국 개조에 무력한 것은 과거에 이미 증명됐으며, 현재가 또한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들吾人이 노력해야 함은 사회혁명 단 한 길뿐이라는 것. 이것은 문화운동을 선전하는 ‘젊은 중국’ 사상가가 큰 소리로 외치는 주장이다. 이인걸 씨는 또 말했다. 사회혁명을 가져오려면 프로파간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저술한다. 또한 각성하는 중국의 사인士人은 새로운 지식에 냉담할 수 없다. 아니, 지식에 굶주려 있다. 그렇지만 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서적과 잡지가 부족한 것을 어찌하는가. 나는 이 씨에게 단언했다. 지금 시급한 일은 저술에 있다고. 어쩌면 이인걸 씨가 말한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 중국에는 민의가 없다. 민의가 없으면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그 성공을 말할 수 있는가. 이인걸 씨가 다시 말한다. 종자種子는 가지고 있으나 만 리가 다만 황무지. 노력하더라도 힘이 모자라는 것을 통탄한다. 우리들의 육체가 그 노력에 견딜지 말지, 근심 없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다, 하고 말하고 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그러한 이인걸 씨를 동정한다. 이인걸 씨는 또한 말했다. 최근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은행단의 세력이라고. 그 배후 세력을 묻지 않고, 북경정부가 중국은행단에게 좌지우지되고 있는 경향이 있음은 부정하기 힘든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의 포화를 집중해야 할 표적을, 그 은행단으로 정하면 된다. 나는 말했다. 나는 중국의 예술에 실망했다. 내 눈에 들어오는 소설, 회화 둘 다 아직 논할 정도가 못 된다. 그렇지만 중국의 현재 상황을 보자니, 이 땅에 예술이 흥륭하는 것을 기약하는 것, 그 기약이 오히려 그릇됨과 같다. 그에게 물었다. 프로파간다 수단 외에 예술을 고려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가 하고. 이인걸 씨가 답했다. 없음에 가깝다.
내 비망록은 여기까지이다. 하지만 이인걸 씨가 말하는 것은 자못 시원시원했다. 함께 간 무라타 군이 “이 사내는 머리가 비상하군.” 하고 감탄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인걸 씨는 유학 중에 내 소설을 한두 작품 읽었다고 한다. 이것도 확실히 이인걸 씨에 대한 호의를 더하게 한 것임에 틀림없다. 나 같은 군자인君子人이라도, 소설가라는 자는 이렇게 허영을 구하는 마음이 크다.” -본문 중 ‘이인걸’ 편
“나는 대단히 탄복해서 긴 상아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으면서도 유심히 이 미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식탁 위에 요리가 하나하나 놓이듯 미인들도 속속 들어왔다. 도저히 애춘에게만 감탄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다음에 들어온 시홍時鴻이라는 기녀를 바라봤다.
시홍은 애춘만큼 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느낌이 강한, 어딘가 전원의 향기를 띤 개성 있는 얼굴이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해서 묶은 끈이 분홍빛이라는 점 말고는 애춘과 다르지 않았다. 옷은 보랏빛 단자緞子에 은과 남을 섞어 짠 오부 정도의 가선이 붙어 있는데, 여순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녀는 강서 출신이어서 옷차림이 특별히 시류를 좇지 않고 고풍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연지나 백분도 맨얼굴이 자랑인 애춘愛春보다 훨씬 농염한 자태를 뽐냈다. 나는 그 손목시계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왼쪽 가슴의 나비 장신구, 알이 굵은 진주로 된 목걸이, 오른쪽 손에 보석이 박힌 반지 두 개를 보면서 제아무리 날리는 신바시新橋의 게이샤라 할지라도 이 정도로 찬연하게 몸치장을 한 여인은 없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본문 중 ‘남국의 미인’ 편
“카페 파리지엔에서 나오자 넓은 길에 어느새 사람의 왕래가 거의 끊겼다. 시계를 꺼내 보자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상해 거리는 의외로 일찍 잠이 들었는데, 다만 그 가공할 인력거꾼만은 아직도 몇 명인가 남아 서성대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면 꼭 무어라 말을 걸어왔다. 나는 낮 동안 무라타 군에게 ‘뿌야오不要’라는 중요한 중국어를 배워두었는데 이 ‘뿌야오’는 필요 없다는 뜻이다. 그 뒤로 나는 인력거꾼만 보면 바로 악마를 쫓는 주문이라도 외듯이 ‘뿌야오, 뿌야오’를 연발했다. 이것이 내 입 밖으로 나온 기념할 만한 최초의 중국어였다.” -본문 중 ‘첫 번째 일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