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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88997680207
· 쪽수 : 72쪽
· 출판일 : 2016-05-30
책 소개
목차
존재와 세계를 긍정한 철학자
대화의 철학자, 20세기 소크라테스-리쾨르를 말하다
리쾨르를 더 알고 싶다면
책속에서
“모두 환영일 뿐이야.” 올빼미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어디에 진짜 세계가 있지? 모든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야. 오직 당신만 남는 거야. 혼자가 되는 거지. 그리고 당신도 곧 사라질 테지.”
노철학자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하지만 내가 사라질 거라면 지금은 확실히 존재하는 셈이군! 가장 큰 신비는 죽음이 아니라 탄생이지…… 최대한 먼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나는 이미 태어나 있거든. 부모님과 모국어처럼 나보다 앞서 존재해 온 모든 것들, 즉 나의 조건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중 어느 것도 나는 선택하지 않았어. 어쩌면 나는 너처럼 올빼미로 태어나거나, 다른 부모 밑에서 다른 이름과 다른 몸으로 태어났을 수도 있었을 테지. 왜 나는 나일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태어났음을 받아들이는 거야. 다시 말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네’라고 긍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지.”
“삶에서 조화롭게 해내기가 가장 힘든 일이 ‘네’라고 말할 때와 ‘아니요’라고 말할 때를 아는 것이지. 반대자의 완전한 부정을 속 깊이 들여다보면 완전한 긍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이런 부정은 너무 전폭적이고 단순해. 거부와 동의 사이에서의 미묘한 망설임까지 포착하기 위해 더 멀리까지 가지 않으면 안 돼. 진실을 말하자면, 내가 내 자신을 긍정하고 세계를 긍정하기 위해서는 저 은하수 길을 따라, 봉우리들 사이로 난 빛나는 능선들을 지나야만 하지. 그리고 수많은 세계들, 수많은 심연들 또한 통과하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그 길 앞에서 망설이고 있어. 마치 낮과 밤의 문 앞에서 홀로 다시금 여행을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서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