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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8045340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1장 평범한 사무실 105호
2장 테이커와 리버
3장 해파리의 창조 신화
4장 세상의 지배자, 세상의 적
5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이야기
6장 자유낙하하는 테이커 선더볼트
7장 생명의 법칙
8장 제한 없는 성장
9장 카인과 아벨
10장 대릴 힉스 카니발
11장 자, 단추를 누르겠어?
12장 나를 위한 프로그램
13장 반대쪽 메시지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처음 비행을 시작할 땐 모든 것이 아무 이상 없이 작동되지. 우리의 비행사는 절벽 끝에서 떠밀린 다음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고, 비행기 날개는 미친 듯이 퍼덕거리고 있어. 그는 너무나 신나고 황홀해서 어쩔 줄을 몰라. 마침내 하늘을 나는 자유를 만끽하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그가 깨닫지 못하는 사실이 있는데, 이 비행기는 공기역학적으로 비행을 할 수 없다는 거야. (…) 이렇게 그는 자유낙하를 하면서도 자신이 비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잔뜩 들떠 있어. 그는 아주 높은 상공에서 수 킬로미터 주변을 훤히 내다볼 수 있지. 그런데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 가지 광경이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거야. 계곡 바닥에 자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비행기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 추락한 게 아니라 순전히 버려진 채로 말이야. 그는 궁금해졌어. ‘아니 왜 이 비행기들은 하늘을 날지 않고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거지? 어떤 바보들이 하늘을 나는 자유를 누리지 않고 이렇게 비행기를 내팽개친 걸까?’라고 말이야.
그것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법칙, 공동체가 테이커들이 상상하는 무시무시한 혼돈으로 변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법칙이지. 또한 그것은 모두의 생명을 ― 풀들의 생명, 그 풀을 먹는 메뚜기들의 생명, 메뚜기를 먹는 메추라기의 생명, 메추라기를 먹는 여우의 생명, 죽은 여우를 먹는 까마귀의 생명을 ― 기르고 돌보는 법칙이야. (…) 약 1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종족 가운데 한 부류가 이렇게 말했어. ‘인간은 이 법에서 면제다. 신들은 결코 인간을 이 법에 얽매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모든 면에서 법을 무시하는 문명을 만들었고, 5백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 생물학적 시간의 기준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종족에 속하는 이 부류는 자신들이 전 세계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왔다는 걸 알게 됐어.
세 권의 성경책에 묘사된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모두 읽은 후, 나는 고개를 들어 말했어. “이 경계 지역을 죽 따라서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있었군요. 그러니까 이 땅을 경작한 사람들은 셈족의 목동들을 죽인 피로 자기네 밭에 물을 대고 있었던 거예요.”
“바로 그거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테이커가 확장하면서 만든 경계선을 따라 줄곧 일어나고 있었지. 다시 말해 테이커들은 더 많은 땅을 경작하기 위해 리버들을 대대적으로 죽였던 거야.” 이스마엘은 자신의 메모장을 집어 들고 자신이 직접 그린 이 시기의 지도를 펼쳐 보였어. “보다시피, 빗금 친 농업 종사자들의 거주 지역이 전체 영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어. 셈족이 차지한 지역을 제외하고 말이지. 땅을 경작하는 사람들과 셈족의 목동들을 분리하는 이곳 경계선에서 카인과 아벨이 서로 맞닥뜨리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