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씨책] 금오신화](/img_thumb2/979112883336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28833366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8-12-27
책 소개
목차
만복사저포기?만복사 부처님과의 윷놀이 내기
이생규장전?이생이 담장 틈에서 만난 세상
취유부벽정기?술에 취해 부벽정에서 노닐다
남염부주지?남염부주 보고서
용궁부연록?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저자소개
책속에서
운명은 정해져 있어
설움 안고 떠나갑니다
바라노니 낭군께서는
행여 잊지나 마오소서
애달파라 우리 부모님
날 짝지우지 못하셨으니
아득히 먼 저승에서도
얽힌 마음 풀리지 않아요
冥數有限
慘然將別
願我良人
無或?闊
哀哀父母
不我匹兮
漠漠九原
心糾結兮
-<만복사저포기>
하루는 자기 방에서 등 심지를 돋우어 가며 ≪주역≫을 읽다가 베개에 기대어 선잠이 들었는데, 문득 바다 가운데 한 섬나라에 이르렀다. 그곳은 초목과 모래자갈이 없어, 밟히는 건 쇠 아니면 구리였다. 낮이면 불꽃이 하늘까지 뻗쳐 땅덩이가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밤에는 서쪽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살갗 속 뼈마디까지 찔러 대는데 그 무시무시한 소리도 견디기 힘들었다. 바닷가에는 무쇠 절벽이 성처럼 둘러 있고 그 사이에 무쇠 문 하나가 있는데 규모가 굉장할 뿐 아니라 견고하기가 그지없었다. 문지기는 송곳니가 밖으로 삐져나온 흉악한 형상에 창과 철퇴를 들고 출입을 막았다. 그 안의 백성들은 무쇠 집에 살았는데, 낮에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밤이면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듯 차가웠다. 그래도 사람들은 하루하루 벌레처럼 꾸물거리며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모습을 짓기도 하는데, 별로 괴로워하는 내색이 보이지 않았다. 박생이 너무 놀라 우물쭈물 어쩔 바를 모르고 있는데, 문지기가 불렀다. 박생은 허둥지둥 허리를 굽실거리며 다가갔다.
-<남염부주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폭력으로 백성들을 겁박하면 안 됩니다. 백성들이야 당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따르는 듯하지만 안으로는 거스르는 마음을 품게 되고, 이런 상태로 세월이 쌓이면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같은 화가 닥치게 됩니다. 덕이 있는 이는 무력으로 왕위에 나아가선 안 됩니다. 하늘은 하나하나 짚어 말하지 않지만 사건으로 그 뜻을 보여 줍니다.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상제의 명은 지엄합니다. 나라는 백성들의 나라이고, 명이란 하늘의 명입니다. 천명이 떠나가고 민심이 멀어졌다면 자기 한 몸을 지키고 싶은들 무엇으로 지키겠습니까!”
덧붙여 박생은 역대 제왕이 이단의 도를 숭상하다가 겪은 요망한 일들을 이야기했다. 왕은 문득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백성들이 풍요를 노래하는데 장마나 가뭄이 오는 것은, 이럴 때일수록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고 군주에게 보내는 하늘의 뜻입니다. 반대로 백성들의 원성이 높은데 길조가 나타남은 군주의 마음을 홀려 더욱 교만하고 방종하게 하려는 의도지요. 지난 역사에서 제왕이 상서로운 징조를 이르게 한 날, 백성들은 안도했을까요, 아니면 억울함을 호소했을까요?”
-<남염부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