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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7524358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5-07-05
책 소개
목차
Part 2. 가능성들의 조각들
Part 3. 희망 사항
Part 4. 다들 그렇게 될 거야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지난주 카트만두에서는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몰려 든 순례자 천 명이 거대한 장작더미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이 불구덩이 속으로 행진할 때 수도승들은 그 주위를 돌며 염불을 외웠다. 중부 유럽에서는 노인들이 ‘자살하는 법’, 이를 테면 ‘돌로 주머니를 무겁게 하는 법’, ‘가정에서 수면제 만드는 법’ 등이 담긴 DVD를 사고판다. 캔자스, 세인트루이스, 디모인 등 미국 중서부에서는 총기, 그러니까 총알을 뇌에 박는 방법이 단연코 인기다.
여기 뉴햄프셔 콩코드에서는 이유야 어찌됐든 다들 목을 매 죽는다. 옷장에, 헛간에, 공사 중인 지하실에 시체들이 걸려 있다. 일주일 전 금요일, 콩코드에 있는 한 가구점 주인은 할리우드 스타일로 지붕 홈통에다 목욕 가운 허리띠로 목을 맸다가 홈통이 부러지는 바람에 뒷마당에 떨어져 팔다리가 모두 부러진 채로 목숨을 건졌다.
도체스가 말했듯이, 휴대 전화는 점점 엉망이 되어 갔다. 번호를 누르고 기다리면 어떨 때는 연결이 되고 어떨 때는 안 됐다. 마이아가 지구 중력장과 자석, 철 따위를 휘게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직 4억 5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소행성은 날씨에 아무 죄가 없듯 휴대 전화 서비스에도 죄가 없었다. 우리의 전문가 친구 윌렌츠 순경이 언젠가 설명해 준 바에 따르면 세포처럼 작은 단위로 쪼개져 있는 휴대 전화 서비스망의 특성이 문제였다. 쪼개진 단위들이 전체에서 하나씩 떨어져 나가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통신 회사들은 서비스 기사들을 하나둘씩 잃어 갔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없어서였고, 보수를 지급하지 못한 것은 아무도 요금을 납부하지 않아서였다. 그들은 버킷 리스트에 간부들을 잃었고 태풍 피해로 전신주들을 잃었고 약탈자와 도둑들에게 긴 전선들을 잃었다. 그래서 세포들이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다른 기기들, 스마트폰이라든가 앱이라든가 하는 첨단 기기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가장 권위 있고 신뢰할 만한 과학 예언들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여 후 지구에는 대재앙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 전 세계 인구의 최소한 절반가량이 사망하게 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천 배와 맞먹는 10메가톤급의 폭발이 일어나 지표면에 거대한 분화구를 만들 것이고 릭터 지진계에 도전하는 어마어마한 지진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고 상상을 뛰어넘는 높이의 쓰나미가 바다에서 치솟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화산재 구름이 세계를 뒤덮어 암흑이 찾아오고 지구의 기온이 20도가량 하락한다. 곡식도 없고 가축도 없고 빛도 없다. 지난한 냉각의 과정이 살아남은 자들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