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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ISBN : 9791160400557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7-05-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물 아래로부터의 역사
1장 아무도 그들을 모르던 때
2장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삼총사
3장 고리와 래리의 공연 거부
2부 남방큰돌고래는 돌고 돌고 돈다
4장 큰돌고래, 아니 남방큰돌고래!
5장 JBD009는 서울에 있었다
6장 제돌이의 운명
7장 야생방사는 가능하다
8장 프리 윌리, 프리 제돌
3부 생명정치와 돌고래의 저항
9장 돌고래 정치의 개막
10장 야생의 몸에서 수족관의 몸으로
11장 자유, 저항, 공존
12장 마지막 쇼
13장 돌고래 재판-사건 2012도16383
4부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않고 돌고래는 떠났다
14장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15장 생명정치의 실패
16장 태산이, 복순이와의 약속
17장 오래된 미래
에필로그
대한민국 돌고래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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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수족관에 갇혀 쇼를 보여주며 사는 존재들이다. 우리의 육체, 마음, 지식은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주류적 가치와 규율의 지배를 받고, 때로는 그것을 벗어나려 하지만 사회의 구심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몸은 규율받고,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규율한다. 규율이 몸에 익고 습관이 된다. 그리고 잊고 만다, 수족관 너머 야생 바다 저편의 기억을. 그러나 야생방사의 드라마 속에서 가두리를 탈출해 스스로 자유로 나아간 삼팔이, 슬픔 속에서 공연을 거부한 복순이 또한 우리는 봤다. 그들은 인간의 통치 기술에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이보그가 아니었다. 감정과 판단 능력, 무엇보다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모든 매체가 이 비운의 돌고래들을 ‘큰돌고래’로 불렀다는 점이다. 해양경찰청이 뿌린 보도자료도‘ 큰돌고래’라고 했고, 신문?방송도 ‘큰돌고래’라고 불렀다. 서울대공원도, 퍼시픽랜드도, 전화기 너머의 다른 수족관 직원들도 자신들이 사육하는 돌고래를 ‘큰돌고래’라고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에서 “큰돌고래의 일종인 남방큰돌고래”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는 엄연히 다른 종이라는 사실을 안 건 몇 달이 지나서였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제주 바다에 사는 돌고래에 대해 무지했다.
이런 돌고래가 수족관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보라. 돌고래 보호운동가 리처드 오배리는 수족관돌고래를 작은 호텔 방에 갇혀 룸서비스를 받는 사람에 비유한 적이 있다(심샛별, 2012). 먹을 것을 가져다주니까 편할 거라고?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바깥 세계를 그리워할 것이다. 심지어 돌고래에게 그 방은 거울로 둘러싸인 방과 같다. 돌고래는 음파를 쏘아 의사소통하고 위치를 파악한다. 그런데 음파가 콘크리트 벽에서 튀겨 나와 감각기관은 혼란을 겪는다. 9500만 년 전 인간과 돌고래는 진화의 생명수에서 다른 가지로 갈라졌다. 그 뒤는 당신이 아는 대로다. 돌고래의 조상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다로 향했고, 인간은 나무 위에서 내려와 농사를 시작했다. 돌고래는 인간과 다른 신체와 감각기관을 갖고 있다. 1평짜리 독방에 갇힌 인간보다 제돌이는 더욱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