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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087144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08-25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글
설득
책속에서
『설득』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몇 가지 요소를 꼽자면, 우선 여주인공 앤 엘리엇의 나이를 들 수 있다. 오스틴은 다른 모든 소설에서 주인공의 나이를 20세 전후로 설정한 반면, 『설득』에서는 27세의 앤을 중심에 두고 성숙해진 인물의 정서와 ‘두 번째 기회’라는 주제를 탐색한다. 여기에는 작가 자신의 삶과 당시의 심리 상태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감정의 미묘한 변화와 주체성의 내면적 성장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인데, 물론 오스틴 특유의 풍자와 능청스러운 유머는 『설득』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인물 간의 내면적 거리와 감정의 변화에 더 섬세하게 접근하며, 여성 인물이 주체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외적 행동보다는 내적 변화 중심으로 그려낸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이나 『에마』의 에마 우드하우스가 처음부터 강한 개성과 자율성을 지닌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면, 앤 엘리엇은 과거에는 수동적인 태도로 순응적인 삶을 살다가 점차 내면의 힘을 회복해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서사적 전개는 오스틴이 후기 작품에 들어서며 인물의 내면 변화에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그가 외모와 작위에 집착하면서도 그나마 큰소리칠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그 덕분에 자신에게 과분할 만큼 훌륭한 아내를 얻었기 때문이다. 엘리엇 부인은 현명하고 상냥한 여성이었다. 젊은 시절 사랑의 열병으로 월터 경과 결혼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그녀의 판단력과 품행 중에 용서받아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남편의 단점을 감싸고 허물을 덮어주며 17년 동안 그를 남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비록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을지언정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벗들 그리고 자녀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넉넉히 찾았고, 이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했을 때 결코 마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열여섯 살 된 첫째와 열네 살 된 둘째를 포함한 세 딸은 어떤 어머니라도 남겨두고 싶지 않은 유산이자 어리석고 허영심 많은 아비의 권위와 가르침을 믿고 맡기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지혜롭고 훌륭한 친구가 한 사람 있었다. 그 친구는 그녀와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켈린치 마을에 정착했을 만큼 깊은 우애를 나누는 사이였다. 딸들에게 올바른 원칙과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애쓴 엘리엇 부인은 이 친구의 도움과 조언에 힘입은 바가 컸다.
가문과 미모와 지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앤 엘리엇이 열아홉의 나이에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남자와 약혼함으로써 그 모든 것을 내던진다는 사실이 러셀 부인을 괴롭게 했다. 그 남자는 미래가 불확실한 직업에 운을 걸어볼 뿐 풍요로움을 얻을 희망도, 진급을 도와줄 인맥도 없었다. 너무나 젊고 아직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앤 엘리엇을 변변한 친척이나 재산도 없는 낯선 사내가 낚아채 간다는 것은, 아니 그런 사내 때문에 앤이 고단하고 불안하며 젊음을 갉아먹는 곤궁함에 떨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정에서 우러나온 정당한 간섭으로든 아니면 어머니 같은 심정과 권리로 확실한 의사를 나타내든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