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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9017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7-25
책 소개
목차
김태라 「아이엠」
정진영 「눈먼 자들의 우주」
이종관 「구독과 공감을 눌러주세요」
이상민 「반격의 로딩」
이진환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실래요」
강린 「4코스 요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 “어떤 식으로든! 당신은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10억 명만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 증명하면, 그 10억 명을 위해 나머지 70억 명의 미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는 힘을 합쳐 목표의 두 배인 20억 명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제 당신, 아니 깐따삐야가 약속을 지킬 때입니다!”
중국 대표의 발언에 많은 나라가 동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우너는 침통한 표정으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여러분은 만약 지구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전장에서 어떤 무기가 쓰일 거로 생각하십니까?”
도우너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회의장이 웅성거렸다. 도우너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가 쓰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4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가 쓰일지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도우너는 도우너 지수를 올려다보며 무겁게 말했다.
“돌멩이와 나무 몽둥이입니다. 저는 제 예상이 틀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지구에 부디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약속대로 저는 지구에서 떠나겠습니다.”
- 「눈먼 자들의 우주」 중에서
― “내가 말하는 동안 진단하겠다, 이거죠? 좋아요. 어쨌든, 심혜연은 그렇게 매번 이기고 지는 짓에 진절머리가 났어요. 걔가 좀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데, 그런 성향 가지면 인생 살기 피곤하죠. 질 사건은 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심혜연은 전부 자기 탓으로 생각하고는 괴로워하면서 잠도 못 잤죠. 승소율 1위였는데도 말이에요. 자기의 부족한 점에만 돋보기 들이대면서 살았던 거예요. 그러면서 더욱더 이기는 것에 매달렸죠. 근데 어떻게 변호사가 매번 이겨요? 한 번 질 때마다 심혜연은 자기를 더 괴롭혔고, 그러다 보니 살면서 처음으로 전부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해를 하기도 했고, 자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죠. 타고난 성실함과 책임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는 못했고요. 자기만을 바라보던 부모님, 아닌 척하지만 질투하는 동료들, 그 무엇보다 심혜연 자신에게 부끄러워서 그러지 못했죠. 그렇게 하는 건 지는 거라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심혜연은 짧은 기간 자기를 포기했어요.”
“자기를 포기했다니요?”
“당신도 그랬잖아요?”
명진은 입을 다물었다. 아까부터 정보를 좀 얻을라치면 이상한 질문으로 맥이 끊어졌다. 게다가 지금 이 환자는 자기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망상. 그런데 그 말을 듣자 무언가 익숙한 종류의 감정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 이상했다. 혜연은 명진의 기색을 살피며 다시 말을 이었다.
-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실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