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70280170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5-11-09
책 소개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미약하게나마 미지근한 공기가 서서히 퍼져 흘렀다. 그리 따뜻한 것은 아니었지만, 손을 높이 들어 통풍구 근처에 대면, 확실히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난 두 손을 들어 올린 다음 손바닥으로 양쪽 뺨을 지그시 눌러 보았다. 기분이 좋았다.
“죽어 가는 동물이 내뱉은 마지막 숨결 같아.”
제이슨이 말했다.
그 순간, 내가 제이슨에게 왜 바보처럼 굴었는지 깨달았다. 녀석이 나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어제까지 내가 녀석보다 한두 단계 앞서 있었다. 인기도 더 있고, 더 똑똑하고, 더 근육질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폐쇄된 학교에서는 제이슨 녀석이 앞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녀석에 대해 나쁘게 생각한 모든 점들이 지금은 이로운 점이 되어 있었다.
크리스타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위대한 갯츠비》였다. 작고 얇은 책이었다. 잠시 뒤 크리스타는 커다란 스키 장갑을 낀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데 집중했다. 가슴 가까이로 무릎을 끌어당기고 두 발을 포개 놓은 자세였다. 작고 하얀 끈 없는 스니커즈를 신고서.
가만히 쳐다보았다. 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순간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크리스타의 표정, 두 발을 포개 놓은 모양새……. 이제껏 내가 본 모습 중에서 최고로 아름다웠다. 나는 완전히 반해 버렸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파도에 쓸려 나간 적이 있었다. 몸이 뒤집어지고 짠물을 내뱉으며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어지러워 방향 감각도 잃고 허둥대던 기억, 다시 파도가 밀려왔을 때 제대로 서 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내 심정이 바로 그랬다. 짠물을 뱉어 내고 있지만 않을 뿐,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중략)
그 순간 크리스타가 고개를 서서히 들어올렸다. 나를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크리스타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안 돼.”
크리스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시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