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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71174393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유성호(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법의학자)
프롤로그: 죽음을 앞에 두고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결혼을 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에필로그: 죽음을 넘어 삶을 향해
역자의 말
리뷰
책속에서
병실 침대에 누운 당신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선생님은 무언가를 후회한 적이 있나요?”
“후, 회라고요?”
“네….”
당신은 쏟아지는 졸음을 간신히 떨치고 죽음의 사신을 힘껏 밀어내듯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은 후회 같은 거 안 하죠?”
나는 목덜미에 매달린 청진기를 만지작거린다. 손끝에 닿은 서늘한 감촉이 척수를 통과해 뇌에 이른다.
“하지요, 후회…….”
“정말요?”
“늘 후회합니다.”
이상주의자나 로맨티스트는 기대나 희망을 배반하는 현실과 그에 따르는 필연적인 후회를 감내해야 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나는 후회하는 데는 선수나 다름없다. 말기 의료의 최전선에서 정답 없는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이런 처방을 했더라면……’, ‘이런 말씀을 드렸더라면……’ 하고 매번 뒤늦게 후회하곤 하니까.
나는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을 풀고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이 미소에는 자조가 아니라 나 역시 후회하고 또 뉘우치는 나약한 인간임을 시인하는 체념의 뜻이 담겨 있다.
“저도 항상 가슴을 치며 후회합니다.”
재차 강조하자 당신의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선생님도 후회하는군요.”
당신은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 듯 목소리와 표정에 평온한 기운이 감돈다.
“물론 후회하고말고요.”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이 주일, 아니 일주일, 아무리 길게 잡아도 앞으로 몇 주일이 고작이다. 몸은 이미 자유롭지 못하다.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고 낮에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암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체력 저하를 수면으로 보충하려는 현상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몸과 마음은 물론 이성적인 판단까지도 혼미해진다. 건강할 때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마음이 있어도 몸이 따르지 않는다.
더욱이 당신이 지금 하는 후회가 당신의 인생에서 미루고 미루던 숙제 탓이라면 그 후회는 당신의 가슴을 더욱 깊이 후벼 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고백하는 그 곁에서 나는 귀를 쫑긋 세운다. 그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이므로. 나는 그 사람이 후회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대로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마른침을 삼키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묻는다.
“무엇을 가장 후회하시나요?”
그는 천천히 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