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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2244118
· 쪽수 : 242쪽
· 출판일 : 2024-12-13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장_ 사는 건 힘든 일입니다
01 빨간 딱지 (글빛현주)
02 내가 편하면 다른 누군가는 힘들다 (김혜련)
03 엄마의 엄마가 되다 (서주운)
04 딱 하루만 슬퍼해요 (서한나)
05 나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준 건 가족이었다 (석승희)
06 핸드폰이 조용해졌다 (이경숙)
07 아버지의 수첩 (이현경)
08 힘든 일은 꼬리를 물고 오더라 (정성희)
09 슬픔과 괴로움은 인생의 꽃이다 (정인구)
10 일곱 살, 죽음의 기억 (최미교)
2장_ 힘든 시간, 글쓰기를 만나다
01 백 일 동안 백 번 쓰기 (글빛현주)
02 빈 가슴으로 받아내는 무게 (김혜련)
03 뽀로로 밴드는 글쓰기다 (서주운)
04 적당함이 필요합니다 (서한나)
05 멘탈이 나가는 경험을 하며 살아갑니다 (석승희)
06 사랑의 힘으로 (이경숙)
07 글을 쓰며 나아지고 있는 나 (이현경)
08 잘 보내주기 위해 글을 쓴다 (정성희)
09 나를 비방하는 글로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정인구)
10 마음의 쉼터, 비밀 일기장과 편지 (최미교)
3장_ 덕분에 힘을 냅니다
01 굿모닝! 글모닝! 럭키비키 (글빛현주)
02 정서적 네트워크 (김혜련)
03 하얀 종이 위에 쏟아내기 (서주운)
04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 (서한나)
05 글쓰기는 삶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석승희)
06 다행이다. 글을 쓸 수 있어서 (이경숙)
07 글쓰기 덕분에 기침을 삼켰다 (이현경)
08 나만의 퀘렌시아, 나의 집필실 (정성희)
09 아내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시간 (정인구)
10 셀프 치유법, 글쓰기 테라피 (최미교)
4장_ 고요한 시간 만나고 싶다면
01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 (글빛현주)
02 명품의 시간 (김혜련)
03 내 마음의 새벽 시간 (서주운)
04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니까요 (서한나)
05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 (석승희)
06 헐크가 사라졌다(이경숙)
07 글쓰기로 마음의 안정을 찾다 (이현경)
08 환갑 지나 글쓰기로 찾은 나만의 고요 (정성희)
09 글 쓰는 일상이 주는 행복 (정인구)
10 명상과 글쓰기로 나를 만나는 곳, 나 연구소 (최미교)
마치는 글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인 지하철 택배 일을 하는 아버지에게는 기도삽관을 하지 않으면 돌아가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던 걸까요. 아버지에게는 내일 해야 할 일이 생명보다 더 중요했던 걸까요.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는 것보다 일이 더 중요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수첩만 보면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사는 일이 쉽지 않지요. 아버지는 지하철 택배 일을 하며 종일 걸어 다녔고, 지하철에서 안 좋은 공기를 마셨습니다. 그 일이 아버지의 마지막 직업이었어요.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사업 실패를 겪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수첩을 들고 다녔습니다. 수첩에는 지하철 택배 일 하는 사람들의 연락처, 일정, 메모가 가득했습니다. 음압 격리 병실에서 아버지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수첩은 아버지에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마지막 끈이었을 겁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하더라도 글을 쓰고 나면 후련했습니다.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누군가 들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글이 항상 잘 써지는 건 아니었고, 빈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글이 전부였고, 글을 쓴다고 건강이 좋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엄마의 암 치료와 허리통증도 여전히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제 몸 상태뿐만 아니라 엄마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고, 엄마가 암에 걸려 수술하기까지 겪었던 여러 문제는 예전 같았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시련이었을 겁니다. 이제는 불만을 토로하는 글만 쓰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습니다. 눈치를 많이 보기도 했지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기보다 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와 수업할 때였습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코로나가 유행하던 예민한 시기라 더욱 힘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 내내 목캔디를 물고 있어야 무사히 수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침이 나올 것 같으면 허벅지를 꼬집고, 손톱으로 엄지손가락을 눌러 가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나서 밤이 되면 녹초가 되곤 했습니다. 기침을 참느라 마음조차도 지치는 상황이었지요. 수업이 끝난 후에는 두 아이의 저녁을 챙기느라 바로 쉴 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노트북을 열고, 오늘도 고생했다고 한 줄 적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잠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