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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류학/고고학 > 인류학
· ISBN : 979118515302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4-07-08
책 소개
목차
제1강 갈색 하이에나 계절을 견딘 부시먼, 산족
더 이상 나의 모국어를 쓰지 못한다는 것 10
인종의 편협함을 유전학으로 깨다 14
우리는 유전적으로 같은 옷감에서 잘려 나온 조각 23
초기 인류의 모습, 아프리카에 남은 산족 27
모래에 모든 것이 쓰여 있다 30
문화의 탄생, 의식이 깨어난 순간을 찾아서 33
제2강 바다를 읽는 웨이파인더, 폴리네시안
폴리네시아인과 스페인인의 첫 만남 44
우연한 표류인가, 계획한 이주인가? 53
‘항해가’라기보다 ‘바닷길잡이’ 62
머릿속에 섬의 모습이 보이는가? 68
야만 → 미개 → 문명이라는 편리한 해석 74
신성한 물건의 쉼 없는 순환, 쿨라 링 79
인간이 광대한 바다에 정착한다는 것 84
제3강 공존의 우주를 담은 말로카, 아나콘다 부족
원정대, 황금 대신 여전사를 만나다 90
아마존을 바라보는 제국의 색안경들 94
위대한 문명의 도구는 후각과 돌도끼 100
강은 땅의 혈관이요, 조상이 이동한 행로라네 106
말로카는 우주다 114
성스러운 숲이 들려주는 울림과 되울림 121
제4강 땅의 신성함을 믿는 형님, 안데스 부족
지구는 맘껏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130
숲을 숭배하도록 배운 아이와 숲을 베도록 배운 아이 134
안데스를 지키는 신성한 풀 ‘코카’ 138
달리기 경주라는 이름의 순례, 무호노미엔토 142
잉카의 우주, 마추픽추 151
세상의 심장에 선 ‘형님’과 종말에 앞장선 ‘아우들’ 154
창조의 순간을 기억하는 송라인 162
꿈의 상태, ‘how’와 ‘why’에 답하다 168
제5강 멸종으로 가는 마지막 전차, 21세기
인간의 이동으로 생긴 1만 가지 생존방식 178
문화충돌의 본질은 미친 듯 날뛰는 권력 183
한 사람의 가난은 모두의 수치다 187
오만한 권력에 짓밟혀도 깨달음을 이루리라 194
공유지의 비극인가, 유목민의 천재성인가? 203
인간의 삶과 운명에 보편적인 진보란 없다 207
삶에 의미를 주는 위안의 담요를 잃어버릴 것인가? 213
이누이트족의 자치구가 생기기까지 219
자신의 문화가 생존할 길을 찾는 웨이파인더 226
우리가 택한 경로가 유일한 길이 아니다 232
감사의 글 240 │ 역자 후기 246 │ 참고문헌 253 │ 찾아보기 275
리뷰
책속에서
어디 있는지도 모를 곳에 있는 부족의 언어 하나 손실된다고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우리 부족어를 하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한번 상상해보자. 조상의 지혜를 물려줄 방법도 없고 후손의 앞날을 낙관할 길도 보이지 않는다. 침묵에 둘러싸인 삶, 이보다 더 고독한 삶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 비극적인 운명을 누군가는 지구 어딘가에서 보름에 한 번꼴로 겪고 있다. 보름에 한 번 어느 부족 어른이 숨을 거둘 때, 오랜 언어의 마지막 음절도 함께 무덤에 묻힌다. 이대로라면 한두 세대 안에 인류의 지적 유산을 절반 이상 잃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지금 시대가 감추고 있는 또 다른 현실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전 세계인이 같은 언어를 쓰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럼 하이다족이나 요루바족 혹은 이누이트족이나 산족의 언어를 세계 공통어로 삼아볼까요?”
1강 갈색 하이에나 계절을 견딘 부시먼, 산족 / 12쪽
폴리네시아 바다를 누비는 호쿨레아호에는 놀랍게도 긴급 비상시를 대비한 라디오를 제외하면 현대적인 항법 보조도구는 선내에 한 가지도 없다. 육분의나 심도계도, GPS나 전파중계기도 없다. 오로지 두 항해가의 다양한 감각과 선원의 경험, 긍지와 권위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부족의 힘이 있을 뿐이다. 거센 빗줄기 속에 섬을 떠나는 호쿨레아호 갑판에서 나이누아 톰슨은 말했다. “고대 폴리네시아인의 천재성을 이해하려면 폴리네시아 세계의 기본요소인 바람, 파도, 구름, 별, 해, 달, 새, 물고기 그리고 바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바닷길잡이에게 구름은 단서가 된다. 모양, 색깔, 특징, 하늘에 떠 있는 장소까지. 갈색 구름은 강한 바람을 불러오고 상층 구름은 바람 없이 많은 비를 동반한다. 구름의 움직임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 대기의 안정성, 폭풍전선의 변동성을 드러낸다. 섬 상공에 구름이 끼거나 먼바다를 휩쓸고 지나간 구름이 만드는 여러 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명명법도 있다. 빛 한 줄기도 해독이 가능하다. 별 가장자리의 무지개 빛깔과 별의 반짝임은 물론 폭풍이 임박할 때 별빛이 어떻게 흐려지고 섬 상공의 하늘 색조가 먼바다의 하늘보다 어떻게 더 어두운지도 읽어낸다. 일출과 일몰의 붉은 하늘로 대기 습도를 알 수 있다. 달무리는 습한 구름의 얼음결정 사이로 빛이 반짝이며 생기므로 비가 올 징조다. 달무리 안에 보이는 별의 개수, 바다제비나 제비갈매기 같은 바닷새, 인광이나 물에 떠다니는 식물 파편, 바닷물 염도와 맛과 수온, 황새치가 헤엄치는 모습까지 바닷길잡이의 감각 안에서 모든 것은 계시인 셈이다
2강 바다를 읽는 웨이파인더, 폴리네시안 / 61쪽
아마존에서 페루로 돌아온 카르바할은 일지를 마무리해 《교류Relaci?n》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놀라운 발견을 기록한 이 모험담은 발표와 동시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그의 동료 수도사는 심지어 푸로멘티라pura mentiras, 즉 새빨간 거짓말이라 폄하했다. 여전사에 관한 믿기 힘든 이야기가 문제였다. 아마존은 젖가슴이 없다는 뜻의 ‘아-마드존a-madzon’에서 파생된 단어로, 오래전부터 전투 중에 활을 쉽게 사용하기 위해 오른편 젖가슴을 잘라냈다고 전해지는 지중해 저편 미지의 전설적인 여전사 부족을 지칭했다. 헤라클레스의 아홉 번째 과업이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손에 넣기’였을 만큼 신화 속 전사로서 아마존 부족의 명성은 대단했다. 그런데 야만스런 신세계 한복판에서 신화 속 여전사를 찾아냈다니 스페인인들로서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사실 장소만 다를 뿐, 여전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카르바할이 처음은 아니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마르코 폴로도, 아메리고 베스푸치도 여자들의 섬을 이야기했고 조사했다. 여전사의 나라는 실로 모든 탐험가의 여정에서 빠지지 않는 목적지였다. 때마침 아메리카 원주민의 풍부한 상상력까지 보태져 아마존 신화는 또다시 수정을 거쳤다. 원주민은 백인에게 무엇이 되었든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들려주어야 함을 이미 잔혹한 경험으로 터득한 터였다. 그리하여 여전사족 설화는 새로운 행태로 생생하게 구세계의 호기심을 충족시켰고, 신화는 역사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3강 공존의 우주를 담은 말로카, 아나콘다 부족 /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