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91185430119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동물, 인간 그리고 유전자
근본 물음: 자연인가 문화인가
촘스키의 견해 | 인간과 피리새 | 갓난아기는 천재 프로그래머의 작품? | 뛰어난 학생, 헤매는 연구자
동물이 말을 배운다면
언어 실험실의 개와 동물 인형 | 앵무새는 그저 흉내만 내는 걸까? | 원숭이는 인간의 거울
말하는 원숭이에서 언어 유전자로: FOXP2 유전자의 기묘한 역사
유전적 언어장애라는 수수께끼 | 숨을 쉬지 못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언어 유전자를 찾아내다!
2장 말하는 유골
꿀꿀, 쩝쩝: 현대의 음운론과 고대 원시인의 발성기관
누가 음운론에 관심을 가질까? | 네안데르탈인의 목구멍을 들여다본 리버먼 | 리버먼의 오류 | 네안데르탈인의 음색
강한 신경: 척추의 구멍들은 어떻게 우리가 비약할 수 있게 도왔나
호모에르가스테르: 운동은 잘하지만 말은 못했다? | 다시 호모에르가스테르: 그래도 언어 재능은 있었다?
원시인처럼 듣기: 발성기관이라는 기적으로 원시인의 귀는 무엇을 들었나
왜 바이올린은 말을 할 수 없을까? | 어떤 원시 유럽인의 음성 부활 | 시간 여행자를 위한 하이델베르크인 전문 가이드
다시 한 번 FOXP2: 사자, 인간 그리고 새
3장 정신의 지문
손에서 입으로: 도구와 예술은 언어의 증표
머릿속의 그림 세상 | 기술, 동물 그리고 혀 체조 | 형태, 기능 그리고 의문부호
위험을 각오하고 입장할 것: 문법, 능력, 지성, 왜 우리는 되도록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
모국어를 쓰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문법능력을 가질까? | 일상에 실용적인 재능 | 두뇌의 나머지 부위는 불필요할까? | 언어 혁명의 조건
단어들의 호수
어휘: 단어라는 보물 | 분류 방식 | 아이들 장난처럼 쉬운 문법
왜 문법 규칙은 단어이기도 할까: 긴꼬리원숭이가 알려주는 사실
주의! 문법! | 긴꼬리원숭이, 인간 그리고 짚신벌레 테스트
왜 우리는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만들까
남성, 여성, 중성, 된뒤귀뉘취를 비롯한 황당한 것들 | 공작과 인간
4장 완전히 처음부터
원초 단어를 낚아라
태초에 “와우!”가 있었나니 | 표정과 제스처는 언어?
지능인가 감정인가
수다쟁이 대상피질 | 방추 뉴런 | 사랑의 전문가 그리고 속임수 | 아기와 엄마, 그리고 언어 혁명 | 동물적 위계질서, 그리고 잃어버린 고리 | 눈빛 교환 | 손가락질
사회적 두뇌
크리스마스카드와 회백질세포 | 고환은 말을 할까? | 비커턴의 반론 | 비정상적인 개코원숭이 무리와 언어의 시초
5장 실마리들이 하나로 모이다
언어는 언제 생겨났는가: 증거 정황들의 전체적인 조명
논란의 대상 | 방증
언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원시시대의 시나리오
어떻게 독수리를 피하며 사자를 약 올렸을까? | 남편은 어떻게 아기를 돌보게 되었나 | 성대 곡예 | 언제부터 언어인가
언어는 왜 생겨났을까
인간 정신의 보편문법
왜 언어는 지금 모습 그대로일까? | 우리는 언어가 낳은 자식이다
감사의 말 | 부록_계통 나무 정글 가이드: 한눈에 보는 화석 이정표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속에서
인간은 헤르더(18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인류사와 언어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한 철학자-옮긴이)가 주장했듯이 타고난 본능, 즉 자연적인 ‘언어 본능’을 가졌을까? 아니면 언어는 문화가 만들어낸 것으로, 이를테면 농업이나 증기기관 같은 것일까? 칸트는 언어를 문화의 산물이라고 봤다.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언어를 본능보다는 문화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근거는 충분했다. 에스페란토(자멘호프라는 폴란드인이 창안해낸 인공 언어-옮긴이)나 볼라퓌크(1879년 독일인 목사 슐라이어가 구상한 첫 번째 근대적 국제 언어-옮긴이) 같은 새로운 인공 언어를 만들어내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기 때문이다.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쓰는 수화 역시 인간이 새롭게 구상해낸 언어다. 이렇게 볼 때 언어 전체를 일종의 발명품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한번 상상해보자. 어느 날 어떤 영리한 사람이 소리로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해보았으리라. 어떤 소리는 ‘물’을 나타내고, 어떤 소리는 ‘매머드’를 지칭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집단의 성원들이 이 두 약속을 모두 숙지했다면 사냥을 위해 정찰을 나갔던 사람이 마을로 돌아와 이렇게 외칠 것이다. “물, 매머드!” 그럼 모두가 물을 마시러 강가에 모여든 매머드 무리를 사냥하기 위해 뛰어나간다. 이런 식의 약속은 여러모로 편리했기 때문에 빠르게 전파되었고, 계속해서 섬세하게 다듬어진 끝에 오늘날 우리가 쓰는 언어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내 침팬지는 개와 마찬가지로 인간 언어의 발성을 거의 흉내 내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침팬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동물을 상당히 잘 ‘흉내 낸다’. 이는 아마도 ‘거울 뉴런’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거울 뉴런은 인간은 물론이고 원숭이까지도 손가락 운동과 상대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언어의 경우에는 침팬지의 모사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침팬지는 집중적인 훈련을 해도 그저 막연하게 한숨 쉬듯이 “헤” 또는 “에”라고 하는 것 이상을 발음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사정은 분명해졌다. 침팬지 새끼는 인간 아이와 달리 발음이 또렷하게 구분되는 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없다. 이게 발성기관 탓일까? 원숭이는 성대 옆에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 이 주머니가 크게 소리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것만이 유일한 차이는 아니다. 신경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필립 리버먼은 1960년대 말에 다양한 유인원의 목구멍을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유인원은 구강해부학적으로 볼 때 중요한 어휘를 똑똑히 발음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주장은 그동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과연 네안데르탈인은 이런 울림통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걸 어떻게 하면 알아낼 수 있을까? 혀와 기도, 성대, 목구멍처럼 부드러운 부위는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저 먼 옛날의 원시인에게 남아 있을 턱이 없다. 그렇지만 리버먼은 해부학자 크렐린과 함께 유골로 후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발상을 실천에 옮겼다. 두개골 아래쪽을 살피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크렐린과 리버먼은 몇 번의 비교 끝에 후두가 깊이 자리 잡을수록 두개골 아래쪽에 각이 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생아와 원숭이의 턱은 평평하다. 이로 미루어 네안데르탈인의 형상을 재구성해볼 수 있었다. 리버먼은 뉴욕 자연박물관에 소장된 라샤펠로생(La Chapelle-aux-Saints, 프랑스의 지명으로 1990년대 초 이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되었다-옮긴이)의 두개골 탁본을 구입해 크렐린에게 가져다주었다. 이 유골은 약 6만 년 묵은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아래서 관찰한 크렐린의 첫 촌평은 이랬다.
“그는 큰 아기로군요(He’s a big baby).”
실제로 네안데르탈인의 턱 부위는 평평했다. 그래서 리버먼과 크렐린은 후두가 아기와 마찬가지로 목의 윗부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본다면 목구멍은 매우 작았으리라. 그리고 또다른 특징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네안데르탈인의 튀어나온 안면이다. 코와 턱은 우리처럼 이마의 선을 중심으로 그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돌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보다 훨씬 더 긴 구강을 가졌지만 그 대신 목구멍이 아주 짧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몹시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