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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5585604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새로운 시적 선언 - 김경주
[발문] 시는 늘 음악의 상태를 동경하는 문학인 것이다 - 김봉현
[시를 믹스테이프로 옮기며] 활자들이 연기처럼 소리가 되는 경험 - MC메타
1 용광로
용광로에 빠진 눈사람
앞이나 뒤나
The Snowman that Fell in the Blast Furnace
heads or tails
2 미세먼지
황사마스크를 쓴 무하마드 알리
나는 원해, 사랑해 먼지
Dust Mask Wearing Muhammad Ali
I Want You, Dear Dust
3 소수자
“바츠해방전쟁”의 내복단을 위한 선언문 - 소수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Lineage 2: Barth’s War of Independence” Underwear Declaration
Minority Report
4 취업난
캥거루족
어두움 주식회사 - 취업에게
Kangaroo Family
Darkness Inc.
5 디지털증후군
나는 수퍼 데드리프 8세트
픽셀이 죽었어 - 디지털 조현병에 대하여
I Am Super Deadlift 8 Sets
Generation Thigh Gap
6 월세
월세
고양이 천국에서
Monthly Rent
In Cat Heaven
7 계란파동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 계란 후라이에
동물 전시회 - 조류 독감에 관하여
To the Egg Fry, Everybody Fold Up Your Blankies and Eat
The Animal Exhibition - On Avian Influenza
8 롱패딩 열풍
날아라 거위
사라지는 엉덩이의 계절
Fly Goose Fly!
Season of the Disappearing Butts
9 비선실세
박근hell
박근헬, 삼성 왕국에 살고 있는 아마추어 시인이자 영어 선생님의 사랑 노래
Park Geun Hell
In Park Geun Hell, the Samsung Kingdom English Teacher / Amateur Poet
10 젠트리피케이션
빈방이씀 - 침수(沈水)된방에서
올리브영 짬뽕 - 고급화 바람
Room Vacancy - For a flooded room
Olive Young 짬뽕
11 고독사
DNR
단독생활동물
DNR
Solitary Animals
[해설] 시로 하고, 시가 되는 - 허희
저자소개
책속에서
글쓰기의 영역에서도 소리의 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문학의 자장력이 눈으로만 읽는 문학에서 들리는 문학으로 열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리가 살아 있지 않은 문학은 생명성이 사라지고, 제도나 권력의 산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슴의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문학은 늘 소외를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애초부터 특정한 장르가 아니었다. 인류의 모국어이며 인간 안에 숨어 있는 리듬이기 때문이다. 포에트리 슬램 운동은 이러한 본래의 시적 리듬을 다시 복원하자는 뜻에 동참한다.(...)
낭독의 흐름을 현대적으로 이어왔다는 점에서 포에트리 슬램은 랩과 시의 연결 고리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이제 랩은 가장 현대화된 고백 양식이다. 현대의 시 낭독이 비트 위에서 출렁거릴 때 그것은 랩이기도 하며 이미 시(포에트리 슬램)이기도 하다.
_ 새로운 시적 선언 “포에트리 슬램”
용광로에 빠진 눈사람
Poetry Slam Text by 김경주
1
내가 용광로에 빠진 날
내 몸은 사라졌어.
뜨거운 쇳물에 모두 녹아버렸지.
뼈 한 조각 남지 않았지 물론
내 이름도 남지 않았지 물론
너는 내 이름도 기억 못하겠지만
가슴이 아파. 어머니에게 머리카락 한 가닥 손가락 한 마디
남기지 못했으니까.
내 잘못은 이 세상에 나와 발을 헛딛었을 뿐
용광로에 빠진 눈사람이 되어버렸지.
2
나는 너무 뜨거워서 이제 눈사람이 되었어.
내 몸은 다 녹아내려서
당신이 밥 먹는 숟가락이 되었을까.
내가 일하던 공장은 철강공장.
나는 당신 집의 젓가락들이 되었을까.
내가 일하던 공장은 하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철강공장.
내 잘못은 이 세상에 나와 발을 헛딛었을 뿐.
내 심장의 용광로는 식어버렸어.
3
꿈속에서 어머니 나는 내 손가락들을 세어봐요.
당신이 내가 태어난 날 세어보던 그 손가락들을
나는 뼈까지 다 녹아서 사라졌으니까요.
어머니 당신과 함께 한 번만 더 숟가락을 쥐고 밥을 먹고 싶어.
꿈속에서 너무 무서운데 공장에 출근하는 꿈을 꿔.
눈물이 나오는데 공장에서 숟가락이 되어 나오는 꿈을 꿔.
꿈속에서 기계들이 눈사람들을 쇳물에 빠뜨리고 있어.
눈사람은 쇳물로 들어가서 철강제품이 되어 나와.
새벽에 일어나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는 그 사람들은
사람이 녹아 있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국을 떠먹지.
어머니 당신의 용광로에서 나온 사람은
이제 숟가락이 되어 차갑게 부엌에서 뒤집어져 있어.
누군가의 밥에 닿아 누군가의 눈물에 닿아
조금씩 나는 다시 녹아내릴 테니까.
나는 조금씩 발을 헛딛었을 테니까.
_ 용광로에 빠진 눈사람